새누리 ‘경선 무용론’ 논란… 이상돈 “박근혜 경선 의미 없어”-안효대 “당선된 듯 떠들면 필패”

입력 2012-04-17 18:40

새누리당 내에서 4·11 총선 이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대세론이 확산되더니 이번에는 당내 대선 후보 ‘경선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오만한 발상이라고 반발하는 기류가 만만치 않아 논란이 커질 조짐이다.

이상돈 비상대책위원은 17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현재로서는 새누리당에서는 박 위원장 외에는 (대선 주자) 대안이 없다”며 “대통령 후보 (당내) 경선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총선이 사실상 경선을 가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면서 “대선을 앞두고 실제 선거에서 박 위원장이 (총선 승리로) 판단을 받은 만큼 대통령 후보 경선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당헌·당규에는 대통령 후보를 전당대회를 통해서 뽑지만 필요한 경우 전국위원회에서 대신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그는 “경선해야 한다면 경선을 해야 한다”면서도 “경선 규칙은 2007년도에도 문제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이 시점에 맞도록 고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의 발언은 박 위원장 대세론과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대선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 위원장의 1대 1 구도가 형성돼도 박 위원장이 크게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소 미진한 부분이 있다지만 박 위원장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과정에서 본인이 적절히 잘 대처할 것이다. 박 위원장은 대선 후보로서 검증이 거의 다 됐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비대위원도 정치권 경험을 담은 저서에서 “박 위원장이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이들 외에도 박 위원장 대세론은 당내에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는 분위기다.

이에 박 위원장과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는 정몽준 전 대표의 최측근 안효대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박 위원장이 대통령에 이미 당선된 듯이 주변에서 떠드는 것 자체가 대선 필패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했다. 이상돈 위원의 언급에 대해서는 “민주주의는 절차인데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있는 사람인지 의심된다”며 “비대위원이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당 전체의 민주주의 의식에 대해 의심을 받게 하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안 의원은 또 “선거에서 의석을 예상보다 더 얻었다고 오만해진 사람의 발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친박근혜계 강창희 당선자도 지난 13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다른 후보가 있으면 있는 대로 정정당당하게 절차를 거쳐서 하는 것이지 지금 영향력이 있다고 대세론으로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었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