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한글로!… 광화문 현판 공청회 격론 속 중단 소동도

입력 2012-04-17 18:33

‘한글이냐 한자냐.’

광화문 현판 글씨 및 글씨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가 17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공청회는 한자 표기를 주장하는 진태하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이사장과 한글 표기를 주장하는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가 각각 주제발표를 하고, 각계 인사 9명이 토론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진 이사장은 “광화문 복원은 본래의 형태대로 짓는다는 뜻”이라며 “편액도 본래대로 고종 때 훈련대장 임태영이 쓴 그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광화문은 중국 베이징 자금성의 정문인 천안문의 의미보다 더 고차원의 홍익인간 정신이 깃든 철학과 사상이 내재된 명칭”이라며 “한글로 써 놓고는 그 뜻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재 현판은 1968년부터 40여년 동안 걸려 있던 한글 현판을 떼어내고, 임태영이 쓴 한자 현판 사진을 일본에서 구해 디지털 복제한 것이니 일종의 모조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광화문은 오늘날 사람이 지은 오늘날 건축이어서 오늘날 시대정신과 흐름을 담아 오늘날의 글자로 문패를 다는 것이 더 좋고 옳다”고 덧붙였다.

토론에서는 손수호 국민일보 논설위원, 선주선 원광대 교수, 홍찬식 동아일보 수석논설위원, 정필준 서울시립대 학생 등이 한자 현판을 주장한 반면 김종택 한글학회장, 전봉희 서울대 교수, 황동열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 갈주성 세종대 학생 등이 한글 현판을 주장했다. 토론자 사이에 언성이 높아지면서 공청회가 잠시 중단되는 소동도 벌어졌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