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목련 아래서
입력 2012-04-17 18:17
숲으로 가는 길목을 목련이 눈부시게 밝히고 있습니다. 솜털처럼 뽀송한 꽃망울을 덮고 잠들어 있던 숲의 공주가 봄바람에 깨어난 것입니다. 목련 아래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늘은 온통 하얀 목련으로 환합니다. 마치 목련이 승리의 면류관처럼 머리에 걸립니다. 지난 겨울을 이겨 낸 존재들에게 동병상련의 위로로 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붉은 나뭇가지에 겨울바람에 흔들리면서도 그 자리를 지킨 곳에서 목련이 피어났습니다. 이른 봄 나뭇가지에 하얗게 덮어쓴 눈꽃의 무게를 견디며 봄을 기다렸습니다. 아무리 삶의 무게가 영혼을 짓누른다 할지라도 하늘이 보이는 곳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견디는 생명에게는 반드시 세상을 밝히는 또 하나의 빛으로 피어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목련 아래 서서 세상의 모든 영혼도 또 하나의 목련으로 피어나길 기도합니다. 연약한 나뭇가지 끝에 달려있다 할지라도, 아무리 혹독한 겨울바람에 흔들린다 할지라도, 삶이 딱딱한 껍질에 갇혀 있다 할지라도 말입니다. 하늘을 보고 견디며 나아갈 때 하나님을 향해 피어나는 목련 같은 인생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배성식 목사(용인수지영락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