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손수호] 카토그램
입력 2012-04-17 18:02
총선의 여진이 크다. 새누리당의 승리와 민주통합당의 패배는 흔하디 흔한 병가의 일인데도 축구 한·일전처럼 후일담이 뜨겁다. 불과 6개월 전에 치른 서울시장 선거와 너무 다른 전국 민심, 대선을 불과 8개월 앞둔 시점의 특수성 때문일 것이다. 거주지와 고향이 다른 사람이 많은 것도 이유로 꼽힌다.
선거 결과는 152 대 127, 혹은 152 대 127+13으로 승패가 분명하지만 비례대표 득표율을 보면 그렇지 않다. 새누리당 42.8%는 36.5%의 민주통합당을 앞섰지만 통합진보당 10.3%를 합치면 46.8%에 이른다. 자유선진당 3.2%를 보태도 보수가 처진다. 유권자가 1983만 명에 이르는 서울·경기·인천지역에서는 야권이 509만 표를 얻어 467만 표를 얻은 여권을 42만 표차로 앞섰다. 선거의 승리가 아니라 전략의 승리인 셈이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의 압승처럼 보이는 것은 다분히 지도효과다. 미디어에서 반복해서 보여주는 지도가 온통 새빨갛게 물들었기 때문이다. 서부 경남에서 시작해 부산과 울산, 대구·경북을 거쳐 강원도에 이르니 국토의 5분의 4 정도를 차지했다. 붉은 색 큰곰이 노란 새끼곰을 안고 있는 형국이다. 군데군데 약간의 얼룩무늬가 있을 뿐이다.
여기에 통계지도, 즉 카토그램(cartogram)의 방식을 쓰면 어떨까. 카토그램은 지도의 변형을 통해 통계데이터의 특징을 표현한다. 여러 수치나 정보를 넣으면 그 현상을 드러내는 지도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교통수단이나 접근성을 기준으로 하면 서울∼부산 거리가 서울∼평창보다 가깝게 나오는 식이다.
카토그램으로 그린 세계지도는 무척 흥미롭다. 가령 술 소비량을 따져 지도를 그리면 유럽이 뚱뚱하게 나온다. 집값을 대입하면 일본이 풍선처럼 부풀어 있고, 군사비를 보면 미국이 공룡이다. 유아사망률이나 에이즈감염자 부문에선 아메리카 대륙이 홀쭉하고, 의료비 규모를 계산해 넣으니 아프리카 대륙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없다.
이번 선거의 당선자 숫자로 카토그램을 만들면 한국 지도는 꼴뚜기 모양이 된다. 붉은 국토는 어림없다는 이야기다. 지역구별 의석수가 지역 넓이가 아닌 인구 비례로 책정됐기 때문이다. 미디어도 숫자가 지닌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카토그램을 많이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유권자의 착시를 막는다. 오늘날의 지도가 단순한 땅의 모습만 보여주면 대동여지도 수준에 머문다.
손수호 논설위원 nam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