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항소심 징역형] 선고 배경·내용… “2억원, 선의 부조로 보기엔 너무 많아 감경사유 안돼”
입력 2012-04-17 21:52
항소심 재판부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1심보다 높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한 것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담당하는 교육감을 뽑는 선거에 금품이나 부정이 개입돼서는 절대 안 된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후보자 매수라는 중대범죄를 엄벌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1심과 2심 모두 곽 교육감이 박 전 교수에게 제공한 2억원의 대가성을 인정했다. 곽 교육감이 2010년 5월 19일 실무자 간 금전지급 합의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음을 인정한 것도 일치한다.
다만 1심은 곽 교육감이 경제적 어려움에 있던 박 전 교수를 선의로 돕겠다는 주관적 동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해 감경 사유로 삼은 반면 2심은 선의의 부조로 보기에는 2억원이 너무 많다고 봤다. 서울시교육발전자문위원회 부위원장직에 대해서는 1심과 2심 모두 대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1심과 2심의 가장 큰 차이는 형량에 있다. 1심 재판부는 곽 교육감에게 벌금 3000만원, 박 전 교수에게는 징역 3년에 추징금 2억원을 선고했다. 당시 검찰은 1심 판결 직후 두 사람이 후보사퇴 대가로 2억원을 주고받았는데 한쪽은 실형, 다른 한쪽은 벌금형을 선고한 것은 형평을 잃은 부당한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2심 재판부는 이 같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곽 교육감의 형량은 징역 1년으로 높이고, 박 전 교수의 형량은 1년6개월로 낮춰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여전히 돈을 준 곽 교육감보다 돈을 받은 박 전 교수에게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한 것은 박 전 교수가 적극적으로 금전 지급을 요구한 반면 곽 교육감은 이에 소극적으로 응했다는 점을 참작한 결과로 보인다.
2심 재판부는 대가성과 관련해 후보사퇴 전후에 금품제공 등에 대한 사전합의가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반드시 합의가 있어야만 대가관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합의가 없어도 사퇴와 대가관계에 있는 금전 등을 제공하거나 받은 행위는 모두 처벌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곽 교육감이나 박 전 교수 모두 2억원의 대가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가 곽 교육감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법정구속을 하지 않은 것은 상고심에서의 피고인 방어권 보장 외에도 교육행정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곽 교육감이 구속돼 교육감 직무가 정지될 경우 교육과학기술부가 다시 교육감 대행을 파견하게 되는데 교과부와 서울시교육청의 노선 차이로 학교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