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 바뀌는 대북정책] ‘강력한 대북성명’ 한·미 외교 성과…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 의미
입력 2012-04-17 21:58
미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16일(현지시간) 이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의장성명과 관련, “사실상 한국과 미국이 원한 모두를 얻었다”고 말했다. 안보리 제재 논의 사흘 만에 결과가 나온 점은 물론 성명에 담긴 실질적인 내용 모두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한·미 원한 것 다 얻어=이번 성명의 성격은 지난 2009년 ‘광명성 2호’ 발사 이후 채택된 의장성명과 비교하면 분명하게 드러난다. 3년 전의 ‘규탄’(condemn)이 이번엔 ‘강력 규탄’(strongly condemn)으로, ‘위반’(contravention)은 ‘심각한 위반’(serious violation)으로 각각 바뀌었다. 이번 발사가 역내에서 ‘중대한 안보 우려’를 초래했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심각한 위반’은 2009년에는 중국의 반대로 사용하지 못한 표현이라고 한다. 특히 이번 의장성명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트리거(trigger·방아쇠) 조항’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트리거 조항은 제재의 대상이 특정한 행동을 했을 경우 자동적으로 그에 해당하는 추가 제재가 가해지는 일종의 ‘자동 개입’ 조항이다.
성명은 “북한의 추가 발사 또는 핵실험이 있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결의를 표명한다”고 명시했다.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안보리가 자동적으로 이에 개입해 새로운 제재를 가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숙 유엔주재 한국대사는 “이 조항은 지난 14일의 시리아 결의안에도 없는 가장 강력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제재 대상 개인도 확대= 2009년에는 제재대상 단체와 품목을 추가하기로 했지만, 이번에는 ‘개인’까지 추가 지정하고 이를 연례적으로 갱신하기로 한 것도 진전된 부분이다.
유엔주재 한국대표부에 따르면 현재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서 결정한 제재 대상 개인은 5명이다. 군, 당, 고위인사는 없고 주로 핵·미사일 개발이나 수출과 관련한 금융기관과 대외 사업 담당 간부들이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의 경우 북한 고위 당 간부들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어 대북 제재위가 어떤 인사를 추가할지 주목된다.
외교소식통은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 명단에 기록되려면 핵·미사일 개발, 확산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충분히 있어야 하고, 자칫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할 수 있어 고위 당간부나 정책담당자가 명단에 바로 오를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미 독자제재 가능성?=북한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향후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미국이 대 이란 국방수권법 같이 북한을 겨냥한 강력한 독자제재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북한 정부나 회사와 금융거래를 한 외국 금융기관이나 단체를 달러화 결제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방안이다.
이에 대해 주미 대사관 관계자는 “행정부의 행정명령이나 의회에서 추진 중인 이란·시리아·북한 제재법 등 두 가지 형식을 통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이 경우 북한은 물론 중국을 너무 자극하는 만큼 현재는 행정부가 이를 적극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장성명 9항의 ‘북한의 추가 발사 또는 핵실험이 있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는 구절에 나오는 ‘상응조치’에 이러한 미국의 독자제재 방안이 포함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