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건희 회장 ‘단호’… “상속소송 헌법재판소라도 가겠다”
입력 2012-04-18 00:56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7일 형제들의 상속분 청구소송과 관련해 “고소를 하면 끝까지 고소를 하고, 대법원이 아니라 헌법재판소라도 갈 것”이라며 “한 푼도 내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6시30분쯤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선대 회장 때 이미 다 분재(재산분배)가 됐고 각자 돈을 다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CJ도 갖고 있는데 삼성이 너무 크다보니까 욕심을 좀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인 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다. 단호한 입장표명을 통해 다른 형제들의 추가소송을 막고 CJ와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남이자 이 회장의 맏형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은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7100억원대의 상속분 청구소송을 냈다. 이번 소송에는 이병철 창업주의 3남5녀 중 차녀이자 이건희 회장의 누나인 이숙희씨, 차남인 고(故)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의 둘째 아들 이재찬씨의 유가족이 가세했다.
이들의 소송 가액은 총 1조원이 넘는데다 다른 형제들의 추가소송이 잇따를 경우 삼성그룹의 출자구조 변화로 경영권까지 위협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회장이 자신감을 드러낸 것은 첫 소송 제기 이후 두 달이 지났는데도 더 이상 소송에 가담하는 가족이 없는데다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재산 상속문제는 25년 전 선대 회장 사망 시 이미 끝난 일”이라고 거들어준 게 큰 힘이 됐다. 이 회장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도 삼성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소송에 가담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이 회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앞으로는 무응답”이라며 끝까지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을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인 만큼 다른 형제들과 나눌 수 없다는 이 회장의 의지는 단호하다”며 “CJ 측과 일말의 협상 여지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강경 발언을 접한 CJ그룹은 다소 당황해하면서도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CJ그룹 측은 “개인과 개인간의 민사소송이기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밝힐 내용이 없다”면서도 “지금까지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는데 (이맹희 전 회장을) 돈만 욕심 내는 수준 이하의 사람으로 폄하하는 발언은 지나친 것 아니냐”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