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사 건립 보류한 경기도 벤치마킹하길
입력 2012-04-17 18:10
경기도가 신청사 건립을 보류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세입이 크게 줄어든 반면 복지예산이 대폭 늘어난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16일 “오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세수가 급감해 비상경영 체제에 나서야 한다”며 “청사 이전 사업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1980년에 건립된 청사가 낡고 비좁아 2016년까지 수원 광교신도시에 신청사를 지어 이전할 계획이었다.
김 지사가 광교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신청사 건립 사업을 보류한 것은 도 재정 상태를 고려한 용단이라고 할 만하다. 3월 말 현재 경기도 세입은 부동산 거래세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00억원이나 줄었다. 하지만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영·유아 보육료 870억원을 비롯해 올해 복지예산은 지난해보다 4600억원이나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3800억원을 투입해야 하는 신청사 건립 사업을 도정의 1순위로 추진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기도는 2년 전에도 재정난과 호화 청사 논란 등을 이유로 신청사 건립 사업을 보류했다가 광교신도시 주민들이 반발하자 사업을 재개한 바 있다. 이번에도 광교신도시입주자총연합회 등 입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경기도는 신청사 건립 계획을 폐기한 것이 아니라 재원을 마련할 때까지 보류한 점을 적극 강조할 필요가 있다. 입주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성심성의껏 도가 직면한 재정난 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다른 자치단체장들은 경기도민의 민생과 복지 등을 챙기기 위해 김 지사가 내린 결정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특히 각종 선심성·전시성 사업을 방만하게 벌여 재정이 거덜 난 지자체일수록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자구노력을 병행하면서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직원 복리후생비를 한때 체불한 인천시, 월급을 깎은 경기도 용인시, 부채가 1년 예산에 육박하는 강원도 태백시 등은 경기도 사례를 벤치마킹해 기사회생하기 바란다. 올해부터 복지예산이 급증해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지자체들도 눈여겨봐야 할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