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안태정] 生의 전환점
입력 2012-04-17 18:10
완연한 봄 날씨다. 종종거리는 바람의 움직임 속에서 레몬빛 햇살이 창가에 비치니 스르륵 두 눈이 감기고 만다. 두터운 땅 속에 웅크리고 있던 씨앗이 기지개를 켜듯 세상에 몸통을 밀어내 생애 첫 공기를 들이마신다. 영화 ‘빅’에서 나오는 것처럼 하룻밤 사이에 아기에서 어른의 몸으로 변화된 듯 새싹은 시나브로 만개한 꽃으로 성장해버린다. 새싹에게 봄의 기운은 변화와 성장을 이끄는 터닝 포인트였다.
터닝 포인트의 사전적 의미는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분기점이다. 인생 곡선에서의 터닝 포인트는 어떠한 계기나 사건, 만남으로 인해 새로운 인생이나 중요한 길을 걷게 되는 지점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전광석화같이 부딪히는 사건이, 부지불식간에 다가온 시간이, 뜻하지 못한 새로운 만남이 삶을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한 지인은 십여 년 전에 겪은 교통사고가 다른 삶을 걷게 해준 전환점이라고 말한다. 경쟁사회에서의 성공을 향해 치열하게 앞만 보고 달리던 어느 날, 느닷없는 사고로 죽음의 문턱을 경험한 이후 새로운 생일을 얻었다. 그날 이후 육체적인 고통보다 상황을 인식하는 과정의 정신적인 아픔이 더 컸다고 한다. 그러나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과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함, 정신과 육체를 관리하는 법을 배운 것은 큰 소득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을 가까이 하게 되고, 사람은 자연으로부터 나고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자연과 함께하는 건강의 전도사가 되었다. 드라마틱한 인생역전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그의 달라진 삶으로 인해 주변사람들이 좋은 영향을 받으니 긍정의 메신저가 아닐 수 없다.
나로서는 어릴 적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한 것이 터닝 포인트다. ‘문체가 곧 그 사람이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글쓰기는 자신의 얼굴이나 다름없다. 특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온라인 소통의 장으로 자리를 굳히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글쓰기 붐이 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SNS로 본인의 생각을 함축적이고 강렬하게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커진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도 한몫 톡톡히 했다. 독서카페가 많고, 글쓰기 강좌에 사람들이 모여들며, 서점에서는 글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잘 팔린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꼭 필요한 것이 아날로그를 대표하는 글쓰기라는 사실. 아이러니하면서도 신기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은 나의 시야를 넓혀준 각별한 선물이다. 한 자 한 자 발화(發火)되는 단어에 진심을 담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걸어온 발자국을 돌아보게 되고, 현재를 토닥이다가 가치 있는 미래를 꿈꾸기도 한다. 글쓰기를 통해 존재감을 깨닫고, 나를 더 행복하게 느낄 수 있기에 자판을 두드리는 시간이 즐겁고 감사하다. 그래서 현재(Present)를 선물(Present)이라고 하나보다.
안태정 문화역서울284 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