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대선, 미테랑·드골 대리전?… 올랑드·사르코지, 두 인물 흉내 내 후보들 대규모 야외 유세전
입력 2012-04-16 19:17
프랑스 대선(4월 22일)을 1주일 앞둔 15일(현지시간) 유력 두 후보가 대규모 야외 유세전을 펼쳤다.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가 여당 후보인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앞서고 있는 가운데 극좌세력인 좌파전선 장-뤽 멜랑숑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다급해진 사르코지는 표심을 잡기 위해 돈독한 유대관계를 맺어왔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버렸다. 대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선거전에 끌어들였다.
◇나폴레옹 대 케네디, 드골 대 미테랑=사르코지 대통령과 올랑드 후보가 이날 야외에서 펼친 대규모 유세 중 각각 나폴레옹과 케네디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집권당 대중운동연합(UMP) 후보로 나선 사르코지는 파리 시내 콩코르드 광장에서 유세 집회를 갖고 ‘경제 성장’을 강조했다. 그는 40분간의 연설에서 프랑스 역사와 나폴레옹을 언급하며 애국심을 강조했다.
반면 올랑드 후보는 파리 동부 샤토 드 뱅센에서 열린 유세에서 ‘변화’를 역설했다. 그는 1960년대 미국 대통령인 존 F 케네디 때의 신 개척자 정신인 ‘뉴 프런티어’가 프랑스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 dpa통신은 이날 두 후보가 과거 국민으로부터 큰 존경을 받았던 프랑수아 미테랑과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을 흉내 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올랑드 후보는 프랑스 사상 유일한 좌파 사회당 출신인 미테랑 대통령처럼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치켜드는 모습을 자주 한다. 사르코지는 2차 대전 중 독일 나치에 대항했던 레지스탕스를 조직했던 드골 전 대통령처럼 자신을 현재의 경제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위기의 지도자로 부각시키고 있다.
◇사르코지, 메르켈 등 돌리고 오바마 안아=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르코지는 대선을 1주일 남기고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연대도 파기했다. 둘 사이에 일단 덮어두기로 했던 유럽중앙은행(ECB)의 역할을 둘러싼 이견을 공개적으로 들고 나온 것이다.
사르코지는 전날 유세에서 “중앙은행이 돕지 않으면 충분한 성장이 이뤄질 수 없다”면서 “이에 관해 이견이 있음을 알지만, 유럽의 장래에 관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후 메르켈은 사르코지 캠페인 지원 유세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보도했다.
사르코지는 또 이날 외교적 관례를 깨고 지난 12일 오바마와의 화상 회의 첫 부분이 녹화된 비디오를 공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르코지가 공개한 비디오에서 오바마는 “매우 바쁘겠다. 어려운 싸움을 벌이는 것에 존경한다”고 말했다. 이에 사르코지가 환하게 웃으며 “우리는 이길 것이다. 당신과 내가 함께”라고 말했다. 이 모습이 TV 뉴스에 보도되자 사회당과 언론노조 등은 외교적 의례를 깬 우스꽝스러운 선거전이라고 비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