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진홍] 민주당이 중도층 마음 얻으려면

입력 2012-04-16 18:36


우리나라 선거전은 중도(中道) 쟁탈전 성격이 강하다. 기성 정당들을 불신하며 여러 정당을 번갈아가며 지지하는 중도층은 유권자의 40% 정도로 추산된다. 보수와 진보 유권자들 사이에서 선거결과를 좌지우지하는 게 이들이다. 정치 마케팅의 중요 대상으로 자리 잡은 지도 제법 됐다.

4·11 총선에서도 중도층이 대이변을 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상을 깨고 새누리당이 압승하고, 민주통합당이 완패한 이유는 새누리당이 민주당보다 중도층 마음을 더 얻은 결과라는 얘기다. 실제로 팽팽한 균형을 이룬 두 당의 정당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 것은 중도층이 새누리당으로 기울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민주당 패인을 놓고 갖가지 분석이 나오지만, 민주당 입장에선 무엇보다 중도층을 놓친 부분을 정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오는 12·19 대선에서도 이들의 표심이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권심판론 더이상 안 통해

민주당이 중도 쟁탈전에서 진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는 MB정권심판론에 대한 과도한 기대다. 민주당은 ‘이명박근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선거기간 내내 현 정권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을 심판해야 한다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정권말기인지라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에 기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권자, 특히 중도층에게는 식상한 레퍼토리라는 점을 간과했다. 야당은 2010년 6·2 지방선거와 지난해 10·26 선거 때 정권심판론으로 재미를 봤다. 이번에도 같은 효과를 바랐겠지만, 좋은 말도 세 번 들으면 싫증이 난다고 하지 않던가. 이제 정권심판론 약발은 끝났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 같다.

다른 하나는 지나친 ‘좌클릭’이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과의 선거연대를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 해군기지 문제 등 국익이 걸린 민감한 사안에 대해 말을 뒤집었다. 북한 인권에 대해 침묵했고, 야권연대 추진에 적극 참여했던 한 인사는 방북해 연일 김정은 체제를 칭송하고 있다. 국가 재정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복지공약을 남발했다. 이런 것들이 파괴적 변화로 비쳐졌다. 그리고 야당이 정권을 잡으면 불안해질 거라는 우려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좌클릭을 통해 진보진영이라는 집토끼를 잡는 데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라는 산토끼를 놓쳐버리는 전략부재를 드러냈다.

주목할 만한 리더가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각 정당과 총선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이 고만고만하면 표심은 정당의 리더를 보고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고정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 과정에서 원칙과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하며 안정감을 심어줬다. 반면 민주당 선거운동을 지휘한 한명숙 대표의 처신은 현명하지 못했다. 친노계, 구민주계, 노동계 등으로 나뉘어 공천과정은 잡음으로 얼룩졌고 저질막말 후보 논란에 단호하게 대처하지도 못해 실망감을 안겨줬다.

지나친 ‘좌클릭’도 수정해야

민주당이 스펙트럼을 넓혀 중도층을 확보해야겠다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MB정권심판론을 더 이상 활용할 생각을 접어야 한다. ‘정권 탓’만 하는 정당이라는 인상을 줄 뿐이다. 한·미 FTA와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선거쟁점으로 삼아선 안 된다. 대신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북한의 로켓 발사와 관련해 민주당 대변인이 이례적으로 북한 당국에 매우 유감스럽다고 논평한 것처럼 북한 정권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민주당이 이러한 대변신을 꾀할 수 있을까. 솔직히 회의적이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