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강석] 안철수 교수의 메시지
입력 2012-04-16 18:35
4·11 총선이 끝나고 이제는 12·19 대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통합당에서는 벌써부터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인 안철수 교수를 야권 대선주자라고 하며 그와 연대하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유력한 대권후보인 그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안 교수의 메시지는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모두 비판하고 있다. ‘원칙’이 무시되고 ‘소통’이 불가능한 한국의 산업사회를 통렬히 비난한다. 정부와 기성정당(한나라당)의 친대기업 정책으로 양극화가 심화되어 돈 없고 힘없는 서민들은 통치자들과의 소통이 불가능하고 따라서 정의, 즉 합법성과 도덕성이 그들에게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통탄하며 ‘원칙’을 바로 세우자는 목소리이다.
그가 말하는 ‘나눔’의 개념은 복지국가의 씨앗으로 삼겠다는 의지이다. 이런 안 교수의 메시지를 바로 읽을 수 있으면 양극화를 만들어 놓은 기성정당과의 완전한 결별이나 이명박 정부와의 철저한 차별화가 이뤄지는 재정렬이 없는 한 새누리당과의 연대는 실현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안 교수는 지난 3월 4일, 침통한 표정으로 탈북자 북송 반대시위 현장에 나타났다. 이 지상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악의 왕국’을 견제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해서는 어느 쪽이 국가에 득이 될지, 해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한편을 들어 국론을 갈라놓은 행동은 그의 상식적 판단이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안 교수는 침묵함으로써 침묵하는 다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지금 침묵하는 다수는 한·미 FTA를 찬성한다고 본다.
안 교수는 미국적 박애주의를 존중한다. 그는 1월 11일 빌 게이츠를 만나 자선사업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조언을 받고 왔다. 어려운 일을 미국과 상의할 수 있는 그의 친미성향을 표출했다고도 볼 수 있다. 안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처럼 반미할 생각은 없으며 이른바 ‘종북좌파‘ 세력과 연대할 생각이란 추호도 없는 지도자로 보인다. 또 한 가지, 민주당의 정치행태는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과격한 측면이 많은 데 비해 안 교수는 후기산업사회에 걸맞은 행정가, 전문가, 기술인을 선호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금년 총선과 대선은 한국의 정치가 산업사회에서 후기산업사회로 넘어가는 결정적 선거가 될 것이며 새 정치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4·11 총선에서는 후기산업사회의 유권자들에게 주어진 선택의 폭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미래가치에 조금이라도 접근해가는 정당의 후보자들에게 표를 던진 듯하다. 그러나 12월 대선의 결과에 따라 기성정당의 와해나 재정렬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며 지금의 기성정당들은 사라지고 후기산업사회의 정당들이 탄생할 것이다.
이강석(국방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