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의구] 비밀경호국

입력 2012-04-16 18:21

미국 대통령을 근접 경호하는 비밀경호국(USSS)은 역설적이게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저격당하던 1865년 4월 14일 창설됐다. 남북 전쟁으로 어수선하던 당시 유통되던 달러화의 3분의 1이 위조지폐인 지경이 되자 이를 단속하기 위한 특별 부서로 출범했다. 비밀경호국 창설을 위한 법안은 링컨이 저격당하던 그날 저녁 백악관 집무실 책상 위에 놓여져 있었다고 한다.

미국 통화나 채권의 위조와 대형 경제 사건의 수사 임무에 대통령 경호 임무가 추가된 것은 1901년 25대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 암살이 계기가 됐다. 비밀경호국은 경제 수사 임무 때문에 재무부 소속으로 남아있다가 9·11 테러 2년 뒤인 2003년 국토안보부가 신설되면서 배속이 바뀌었다.

비밀경호국 요원들의 충성심은 대단하다. 1950년 11월 1일 해리 트루먼 대통령 저격 미수 사건 당시 레슬리 코펠트 요원은 가슴과 배에 9㎜ 월터 권총 탄환을 3방이나 맞고도 응사해 저격범 1명을 사살한 뒤 순직했다. 1981년 3월 30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암살 기도 당시 특수요원 팀 매카시는 대통령을 몸으로 막아서 22구경 1발을 배에 맞고도 살아났다.

비밀경호국 역사에서 가장 전설적인 인물은 1968년 11월 22일 케네디 암살 당시 영부인 재클린 경호 담당자였던 클린트 힐이다. 그는 대통령의 리무진 바로 뒤차를 타고 가다 총소리가 들리자 재빨리 리무진에 올라탄 뒤 재클린을 뒷자리로 옮기고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케네디 부부를 몸으로 막았다.

경호요원들은 자부심이 큰 만큼 임무 실패 때 입는 상처도 크다. 케네디 암살 직후는 비밀경호국에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 1993년 할리우드 영화 ‘사선에서’는 케네디 암살을 막아내지 못한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베테랑 요원 프랭크 해리건(클린트 이스트우드)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뿐 아니다. 전설적 경호원인 힐 요원은 지난 5일 ‘케네디 부인과 나’란 책 출간을 계기로 미국 방송과 처음으로 인터뷰를 했다. 그는 40여년 세월이 지나 팔순이 됐지만 아직도 비극의 순간들을 잊지 못하고 있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비밀경호국이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미주 정상회의 준비를 위해 콜롬비아에 선발대로 파견된 요원들이 집단으로 성매매한 사실이 드러나 망신을 당하고 있다. 세계 최강국 원수를 경호한다는 자부심을 먹고 사는 요원들에게는 도저히 있을 것 같지 않던 일탈이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