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구경 ‘벌’ 조심하세요… 벌독 알레르기 쇼크 치명적

입력 2012-04-16 18:11


2010년 4월 중순 서울 흑석동 중앙대병원 응급실. 무릎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가족에게 벌침 시술을 받다가 쇼크 상태에 빠진 한 여성(65)이 구급차에 실려 왔다. 당시 의무기록에 따르면 그는 벌침 시술을 받은 지 20분 만에 구역과 현기증, 감각이상을 동반한 전신 두드러기와 부종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호흡곤란과 전신부종, 심한 저혈압 등의 증상과 함께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벌 독에 의한 전형적인 전신 알레르기 쇼크 증상이었다. 최근 발간된 대한천식 및 알레르기학회지 영문판 ‘알레르기, 천식 및 면역학 연구(allergy, asthma and immunology research)’ 3월호에 실린 치명적인 벌 독 알레르기 쇼크 사례다.

벌 독 알레르기 주의보가 발령됐다.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정재우 교수팀은 16일 “약물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벌에 쏘이면 전신 쇼크와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성이 높다”며 “꽃놀이, 등산 등과 같은 봄철 야외 활동 시 벌에 쏘이지 않도록 조심하고 질병 치료 목적으로 보완대체의학요법의 하나인 벌침을 맞을 때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벌 독 알레르기를 막으려면 크게 두 가지 지혜가 필요하다. 첫째, 꽃이 피는 시기에는 벌들이 활발하게 날아다니기 때문에 꽃놀이나 등산과 같은 야외활동 시 벌에 쏘이지 않도록 가급적 소매가 긴 옷을 입고, 벌들이 좋아하는 강한 향의 스프레이나 향수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둘째, 통증 치료를 위해 벌침을 맞으려 할 경우에도 혹시 벌 독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지를 검사해 봐야 한다. 자칫 ‘아나필락시스 쇼크(anaphylactic shock)’라고 하는 치명적 과민반응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란 벌침에 쏘인 후 온몸에 아주 작고 붉은 종기가 돋아나고 두드러기, 호흡곤란 등의 증상과 더불어 혈압이 뚝 떨어지면서 의식을 잃는 증상을 말한다.

정 교수는 “과거 벌에 쏘인 후 조금이라도 알레르기 반응을 겪은 사람은 다시 벌에 쏘일 때마다 더 심해질 수 있으며, 아나필락시스 쇼크 발생 위험 역시 높아진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