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구안와사(안면마비)
입력 2012-04-16 18:11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입이 돌아갔다고?” 갑자기 입이 한쪽으로 돌아갔다거나 한쪽 눈이 잘 감기지 않고 발음까지 부정확해졌다며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다. 통상 ‘구안와사(안면마비)’라고 해서 입과 눈이 일그러지면서 돌아가는 질환이다. 노년층에 많이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는 구안와사가 요즘 들어 젊은 층에도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이렇게 구안와사가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장기불황에다 구조조정이 일상화되다 보니 과로에 시달리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일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 구안와사는 근심과 걱정이 많은 사람에게 흔히 나타난다.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과로하게 되면 심신이 피로해 몸의 기력이 떨어지면서 구안와사가 발생하기 쉬운 상태가 된다.
며칠씩 과중한 업무로 몸이 지친 상태에서 이른 아침 운동을 하러 나섰다가 구안와사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찬바람을 쐬는 것도 구안와사를 유발하는 한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방고전 ‘동의보감’에서 구안와사의 원인으로 풍사를 우선적으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풍사(風邪)란 말 그대로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나쁜 바람(風)을 뜻한다. 한의학에선 모든 병은 ‘풍(風)’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과음이나 과식 등 무절제한 섭생도 구안와사의 원인이 된다. 목 언저리 후두부를 중심으로 순환하는 경맥(頸脈) 중 위장 관련 경맥이 입을 둘러싼 뒤 눈 쪽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구안와사에 걸리면 입과 입술이 비뚤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즉 위장에 나쁜 바람, 풍사가 침범했다는 적신호라는 얘기다. 따라서 기름진 음식을 배부르게 먹은 뒤 밤늦게까지 술을 자주 마시는 직장인들은 구안와사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으므로 각별히 건강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겉보기엔 다 같아 보이는 구안와사에도 실증(實症)과 허증(虛症)이 있다. 실증은 갑자기 충격을 받아서 얼굴에 나타나는 안면마비다. 이때는 얼굴에 통증을 느낄 정도로 이상 증상도 심하게 나타난다. 반면 허증은 몸과 마음이 허약해진 상태에서 피로가 겹쳐 생기는 경우다. 이때는 주로 귀 뒤쪽 부위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곧 이어 입이 돌아가는 안면마비 증상이 진행된다.
또 실증은 대체로 거의 아무런 전조 증상 없이 갑자기 발생하는 데 반해 허증은 안면 부위가 뻐근한 느낌과 함께 피부가 미세하게 씰룩거리는 전조 증상을 보이는 게 다르다.
구안와사는 처음 병이 시작됐을 때 전문가 진찰과 더불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자칫 근거 없는 민간요법에 의존하다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면 입이 돌아가고 입술이 비뚤어진 마비 증상이 고착될 수 있다.
이상복 녹십초한방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