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잠룡’들은 정중동… 합종연횡 모색할 듯
입력 2012-04-16 18:45
새누리당 잠룡들은 4·11 총선에서 승리를 이끌어 낸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위세에 눌려 있는 형국인 가운데 정중동(靜中動)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잠룡으로는 정몽준 이재오 김태호 의원과 김문수 경기지사,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5명 정도가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박 위원장의 독주 상황에서 이들이 경선을 뚫고 대권 도전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합종연횡을 통한 짝짓기 등 다양한 ‘박근혜 대항카드’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 이전에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정 의원은 “아무런 상황 변화가 없다”면서 박 위원장과의 ‘한판승부’를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한 측근은 16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새누리당이 얻은 정당득표율 42.8%가 박 위원장이 생애에 얻을 수 있는 최대의 표”라며 “대선 승리를 위해선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쉽지 않은 싸움이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의원이 평소 강조하는 것처럼 “정치인들의 인기라는 것은 목욕탕의 수증기와 같다”고 보고 박 위원장에게 비판적인 대립 각을 세워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지사는 지난 14일 한 트위터 이용자가 대선 출마를 포기했느냐는 질문에 “출마를 포기하진 않았다.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최근 들어 측근들에게도 함구령을 내리고 공식 일정을 크게 줄이면서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연대 후보와 격전 끝에 생환한 이 의원도 15일 트위터에 “털 것은 털고 비울 것은 비우고 미움도 버리고 때도 벗고 뚜벅뚜벅 가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 의원이 정권 재창출만 고민 중이라고 측근들은 전한다.
하지만 이들 3인의 당내 입지가 좁아져 운신의 폭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이 의원의 경우 친이명박계 의원들이 대거 낙천 또는 낙선되는 바람에 계파 몰락의 위기에 처해 있어 직접 대선 경선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강하다. 김 지사는 차명진 임해규 의원 등 측근들이 잘려 나갔고 정 의원 측의 정양석 이사철 전여옥 의원 등도 공천에 탈락하거나 낙선했다.
이들이 여론조사에서 뜨지 않는 것도 대권 출마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주 이유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총선 직후 이틀간(12, 13일) 조사한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정 의원 1.8%, 김 지사1.5%, 정운찬 전 총리 1.3% 등 박 위원장을 제외한 범여권 후보들이 지지율 2% 미만에 그치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13일 법륜 평화재단이사장과의 대담에서 “(지지율이) 10% 정도를 넘으면 도지사보다 한번 더 큰일을 해보겠다고 나올 수 있는데 그게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 있는 지역구에서 보궐선거와 총선에서 연거푸 당선된 김태호 의원과 정 전 총리가 부상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국민일보 기자와의 접촉에서 “지금은 대권보다 지역구 유권자와 약속한 공약을 먼저 이행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도 “기회가 되면 더 큰 정치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청와대와 친이계 일각에서 여전히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내 기반이 없는 김 의원과 정 전 총리는 홀로서기보다는 친이계나 비주류 주자들과의 연대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재호 기자, 김해=이영재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