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모드’ 안철수 카드는… 여야 경선 이후 野 후보와 단일화

입력 2012-04-16 19:03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통하는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6일 “안 원장이 연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지 말지를 놓고 고민하는 단계는 지났다”면서 “지금은 어느 시점에 뛰어들 것인가의 문제만 남았다”고 말했다.

4·11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에 밀린 이후 ‘블루칩 안철수’의 등판이 빨라지는 모습이다. 패인 중 하나로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같은 미래 권력의 부재였다는 점이 제기되면서, 8개월 앞둔 대선 구도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야권의 조급함이 반영된 결과다.

총선 이후 전문가들도 그의 경쟁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범야권으로 볼 수 있는 안 원장은 정치 변화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는 층과 전통적인 야당 지지층 및 진보성향까지 흡수할 수 있어 다른 야당 주자에 비해 높은 지지도를 보이는 등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도 “총선에서 야권의 잠재 주자들이 부각 받지 못한 상황에서 안 원장이 박근혜 위원장의 대항마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구도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안 원장이 정치 참여 고심을 끝냈다는 징후가 여러 곳에서 포착된다. 그는 지난 4일 대선 출마와 관련해 “제가 선택한 것이 아니고, 저에게 주어진 것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 원장 측이 총선 전부터 대선 출마에 대비해 구체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안 원장과 가까운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이 물밑에서 실무 캠프를 꾸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물론 측근인 강인철 변호사는 이날 안 원장이 총선 전에 야권 중진을 만나 출마 결심을 밝혔다는 보도와 관련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여러 정황상 안 원장의 대선 출마는 기정사실화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럼 그는 언제쯤 움직일까. 야권 관계자는 “안 원장 측이 여야 각 당의 대선 후보 경선 이후를 적기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당내 정치 일정을 고려해봐야 하지만 8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안 원장도 6월까지는 서울대에서 강의를 해야 한다.

따라서 참여 형태도 기성 정당에 들어갈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앞서 안 원장은 지난달 27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공개 특강에서 정치를 할 경우 “어떤 진영의 논리에 휩싸여 공동체의 가치를 저버리는 판단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3의 세력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결국 이 방식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선보인 ‘박원순식(式) 출마’와 유사해질 가능성이 높다. 당시 박 후보는 민주당의 줄기찬 입당 요구에 응하지 않고 시민사회세력을 등에 업고 무소속으로 출마, 민주당 내 경선을 거친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해 서울시장을 거머쥐었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