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라인’ 이강덕 막판에 고배… 경찰청장 후임에 김기용 내정

입력 2012-04-16 18:51


조현오 경찰청장 후임에 김기용(55) 경찰청 차장이 내정됐다. 경찰위원회는 16일 김 차장을 단수후보로 확정, 이명박 대통령에게 추천했다.

경찰위는 경찰법 등에 따라 치안정감 가운데 치안총감인 경찰청장 후보자를 추천한다. 충북 제천출신인 김 차장은 1992년 행시 특채로 경찰에 입문한 뒤 서울 용산경찰서장과 충북경찰청 차장, 서울경찰청 보안부장, 경찰청 경무국장을 지냈다. 그는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지 3개월여 만에 경찰청장에 다시 내정됐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김 차장은 보안업무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합리적 성품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김 차장은 “어렵고 민감한 시기에 경찰청장에 내정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민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 수원 납치·살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위기상황인 만큼 급변하는 치안수요에 맞춰 중앙집권적이고 수직적인 경찰내부와 대외적 치안시스템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대 1기 선두주자로 조 차장과 경합하던 이강덕 서울경찰청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고향 출신인 ‘영포라인’이라는 부담을 떨치지 못하고 막판에 고배를 마셨다. 이 청장은 부산청장, 경기청장에 이어 서울청장까지 핵심 보직을 맡았으나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청와대는 청문회 과정에서 야권으로부터 불공정 인사라는 논란에 휩싸일 우려가 큰 데다 이 청장이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불거진 2008년 청와대 공직기강팀장을 맡았던 점을 고려해 고심 끝에 김 차장을 낙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이후 새누리당과의 원만한 관계 복원과 대선 정국을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해 김 차장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경찰조직을 새로 이끌게 된 김 차장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중립성 확보를 통해 차기 대통령 선거를 공정하게 치르는 일이다. 경기도 수원 납치·살해 사건과 룸살롱 황제 상납사건 등으로 바닥까지 무너진 경찰의 위상을 바로세우는 것도 급선무다. 도덕성을 토대로 한 경찰개혁도 빠뜨릴 수 없다.

경찰이 민생치안이라는 고유의 기능을 다하기 위한 조직 내 부정부패 척결뿐 아니라 수사권 독립, 자치경찰제 도입 등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