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 복원으로 되찾은 화랑무공훈장… 노숙인에서 국가유공자로 새 삶 얻다
입력 2012-04-16 19:21
“다른 노숙자들도 나와 같은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노숙인에서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국가유공자로 인생이 바뀐 한영수(83) 할아버지는 16일 노숙인들의 새 삶을 기원했다. 경기도 다시서기센터가 2006년부터 노숙인에 대한 주민등록 복원사업을 실시한 덕분이었다. 매년 40여명이 한 할아버지처럼 주민등록을 복원해 사회로 복귀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역 인근을 2006년부터 전전하며 노숙생활을 해 왔던 한 할아버지는 요즘 연금도 받고, 40년 넘게 소식이 끊겼던 가족도 찾았다. 주민등록 복원으로 무공훈장까지 되찾으면서 국가유공자 연금을 받게 됐다. 한 달 방값 25만원을 빼고도 54만원이 남는다. 불과 6개월 전 하루 한 끼 밥값이 없어 소주로 허기를 달래던 때와는 완전 딴 생활이다.
한 할아버지는 “이 모든 기쁨이 경기도가 노숙인들의 자활지원을 돕기 위해 설립한 다시서기센터 덕분”이라고 거듭 밝혔다.
한 할아버지 운명은 지난해 9월 30일 경기도 다시서기센터가 마련한 추석행사에 가면서 바뀌었다. 밥을 준다기에 엉겁결에 갔다가 센터 이해진 상담사를 만났다. 이후 이 상담사에게 자신의 사연을 훌훌 털어놨다. 6·25전쟁 때 참전해 훈장 받은 얘기며, 1964년 아내 사망 후 가출한 사연 등등을 말했다.
한 할아버지는 “30년간 공사장 경비일로 모은 돈은 사기로 다 날리고, 대전의 고물상에 취직했지만 교통사고가 나면서 보상금 한 푼 못 받고 쫓겨났다”며 노숙 동기를 밝혔다.
이 상담사는 한 할아버지가 65세가 넘은 점을 감안, 먼저 노인연금 수령을 위해 주민등록을 복원키로 했다. 이어 한 할아버지에 대한 병적기록과 훈장서훈 기록을 병무청에 확인요청했다. 육군본부는 55년 3월 1일 화랑무공훈장이 수여된 기록을 확인했다. 수원시 고등동 주민센터에서는 지난달 26일 한 할아버지의 복원된 훈장수여식이 57년 만에 열렸다.
가족과 함께 살 형편이 안 돼 여인숙에 머물고 있는 할아버지는 요즘 손녀와 통화하는 재미가 새록새록 하다.
이 상담사는 “주민등록만 복원돼도 국가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아 노숙인들에게 주민등록복원사업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원=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