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통폐합, 여론수렴 없이 정부 주도 논란
입력 2012-04-15 21:52
정부가 통폐합 대상이 된 일부 자치단체들에 대해 별도 주민여론 수렴과정 없이 중앙정부 주도로 통폐합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자치제도 개편안이 확정됐다. 또 광역시의 자치구 단체장도 직선에서 관선으로 바뀌어 중앙정부의 입김이 지나치게 확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대통령 소속 지방체제개편추진위원회(위원장 강현욱)에 따르면 위원회는 지난 13일 개최한 비공개 본회의에서 자치제도 변경을 위한 4개안을 확정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자치구·군의 경우 통폐합 전 인구 또는 면적이 해당 특별·광역시 자치 구·군의 평균 이하이면 통폐합 대상이 된다. 서울 중구, 부산 중·강서구, 대구 중구, 인천 동구 등 10개 지역이 이 기준에 따라 통합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지난해 시·군 통폐합 대상으로 분류된 경북 안동·예천, 충남 홍성·예산, 전남 여수·순천·광양 지역은 주민 여론조사 등의 절차 없이도 국가 주도로 통폐합을 진행할 수 있게 했다. 지방의회 의결로도 이뤄질 수 있다. 한 위원은 “이는 지역주민의 자율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당초 통합 기본원칙을 무시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경기 수원·오산·화성 등 15개 지역은 여론조사를 반드시 거치도록 했다.
또 행정효율을 살리자는 당초 취지가 크게 퇴색했다는 지적이다. 통합 지자체의 경우 부의장 1명을 추가하고 지자체 국·실 수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당초 통합 시·군에 인센티브로 주기로 했던 교부세 50억원도 자치 구·군에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는 벌써부터 지방행정체제개편의 최대 명분이던 조직 축소를 통한 재정건전성 확보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지방의회와 공무원들의 반발을 지나치게 의식한 결과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자치구·군 통합기준도 마련됐다. ‘인구·면적이 해당 특별·광역시 평균 이하’인 서울 중구 등 10개 지역이 대상이다. 또 특별·광역시의 자치구·군의회 74개도 폐지된다. 전체 기초지자체의 32%에 이른다.
서울을 제외한 광역시의 자치구 단체장도 직선에서 관선으로 바뀐다. 대신 위원회는 기초자치의 대표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현행 주민자치회의 권한을 강화할 계획이다.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진행된 본회의도 문제다. 13일 본회의에는 전체 위원 27명 중 22명이 참석해 8명만 동의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절반이 넘어야 하는 원칙을 무시한 채 위원장이 무리하게 의결을 강행해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6월 30일까지 종합계획을 확정해 대통령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확정안은 국회에서 최종 통과여부가 결정된다.
김용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