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 가드너’ 아시나요… 도심 빈터에 ‘씨앗 폭탄’ 던져 꽃·채소 재배
입력 2012-04-15 19:26
“이제 씨앗 폭탄을 투척해볼까요!”
미국 워싱턴DC 북서쪽 쇼 거리에 일단의 젊은이들이 나타났다. ‘게릴라 가드너’ 운동에 참여한 이들이 손에 쥔 건 골프공이나 수류탄 크기 흙덩어리. 각종 씨앗을 진흙에 이겨 빚은 것이다. 이들은 접근이 어렵거나 땅을 깊이 파기 어려운 빈터에 씨앗폭탄을 던졌다. 목표지점에 더 정확히 던지기 위해 트럭에 올라서는 이도 있었다. 폭탄이 터져 땅 속으로 씨앗이 퍼지면 수레국화 물망초 등 각종 꽃들이 피어나게 된다.
워싱턴DC, 볼티모어, 디트로이트, 포틀랜드 등 미 전역에서 최근 도심 빈터에 꽃이나 채소를 가꾸는 새로운 도시운동이 퍼져가고 있다. 참가자들은 단순한 주말농장 차원이 아니라 메마른 도시를 푸르게 하고, 커뮤니티를 추구하며, 식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를 인식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 보도했다.
반(反)월가 시위 참가자, 사회운동가, 힙스터(문화화전민) 등 다양한 가치관의 젊은이들이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비교적 넓은 땅에선 직접 장화를 신고 삽을 들어 땅을 가꾼다. 집 안에 틀어박혀 아이패드와 뒹구는 친구들도 끌어낸다.
문제는 이것이 법에 저촉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릴라’라는 표현이 그래서 쓰였다. 빈 땅이라도 남의 소유지를 가꾸는 건 무단 침입 등 경범죄가 될 수 있다. 워싱턴DC 경찰청 대변인 그웬돌린 크럼프는 “자투리땅의 경우 땅 주인과 대체로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기 때문에 실제로 문제가 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사라 맥밀란(25)의 ‘왕가리 가든’은 정원 가꾸기를 커뮤니티 운동으로 발전시킨 사례다. 그녀는 하워드대학 근처 빈 땅에 대한 이용허가를 관리자인 교통부로부터 받아냈다. 그녀는 3000여평의 이 빈터를 59개로 구획 낸 후 지역 주민들을 끌어들여 함께 꽃과 채소를 가꾸고 있다. 게릴라 가든 운동은 현재 전 세계 30개국에 퍼져 있으며 영국 본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