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선관위, 대선 유력주자 등 10명 자격 박탈… “술레이만 당선시키기 위한 음모”

입력 2012-04-15 19:25

이집트 대통령 선거에 격랑이 몰아치고 있다.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이집트 선거관리 당국이 유력 대선 후보 3명의 출마자격을 박탈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조처가 결국은 유력 후보 1명을 당선시키기 위한 정치적 음모라는 설이 강하게 유포되면서 극렬한 정치적 소요가 우려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집트 고등선거위원회는 호스니 무바라크 집권시절 부통령 및 정보국장을 지냈던 오마르 술레이만과 최대 야당인 무슬람형제단의 지원을 받는 카이라트 알 샤테르, 변호사 출신의 극우이슬람근본주의 운동가 하젬 아부 이스마일 등을 포함해 10명의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했다. 다음 달 23일 치러지는 대선에서 이들 중 1명의 당선이 확실시됐다.

선관위는 술레이만은 후보추천인 명단에 문제가 있었고, 샤테르는 과거 형사처벌 전력이, 이스마일은 모친의 미국시민권 자격이 박탈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후보들은 48시간 이내 재심을 요청할 수 있으며 최종 후보 명단은 26일쯤 발표될 예정이다.

그러나 선관위의 이 같은 결정은 선거 자체의 신뢰성에 새로운 의문을 낳고, 나아가 누가 실제 권력을 잡게 될 것인지에 대한 음모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스마일 지지자들은 결정 직후 선관위 사무실 주변에서 집회를 열고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스마일의 변호인 이자르 고랍은 로이터통신에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샤테르 측은 변호사를 통해 선관위를 설득하겠다는 소극적 자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 현 과도정부인 군부최고평의회가 술레이만을 지지하고 있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술레이만을 내세워 구정권의 질서를 그대로 유지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술레이만은 후보 추천인 기준인 3만명의 명단을 불과 하루 만에 확보했으며 이는 ‘보이지 않는 세력’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NYT는 설명했다. 실제 술레이만이 지난 8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자마자 야권에서는 그가 50여년 동안 무바라크 정권 하에서 온갖 권력을 누렸으며 과도정부와 밀착된 인물이라며 ‘제2의 민중봉기’ 등을 거론하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정진영 기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