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배병우] 파장 커지는 ‘北 강제노동수용소’
입력 2012-04-15 19:26
요즘 미국 워싱턴DC의 한반도 전문가들의 몸값은 상한가다. 조지타운대 빅터 차 교수의 경우 12일(현지시간) 저녁 북한의 로켓 발사 직후 CNN과 전화인터뷰를 하더니 얼마 뒤 MSNBC의 유명 앵커이자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부인이기도 한 안드레아 미첼이 진행하는 시사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했다.
이날 낮에 그는 ‘한국 총선 결과와 그 영향’이라는 주제로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주최한 세미나에도 참석했다. 스콧 스나이더 외교협회 선임연구원과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 등 낯익은 ‘한국통’들도 강연자로 나섰다. 북한 로켓 발사나 핵 문제가 거의 3년 주기로 반복되는 ‘묵은’ 문제라고 치면, 최근 워싱턴 정가와 외교가의 움직임에서 새롭게 주목해야 할 한반도 관련 이슈가 있다. 바로 북한 인권문제다.
지난 10일 미국 비정부기구인 북한인권위원회(HRNK)가 주최한 ‘북한의 숨겨진 강제노동수용소(Hidden Gulag)’세미나가 대표적이다. 300명이 넘는 미 의회·정부 관계자, 비정부기구 회원, 취재진이 몰려 좌석이 부족할 정도였다. 북한 수용소에서 탈출한 신동혁씨의 증언과 발언이 끝날 때마다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다.
미 국무부 로버트 킹 북한인권대사의 발언도 의미심장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 포기와 정치범 수용소, 탈북자 문제 등 인권 개선을 두 가지 주요한 과제로 추진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에게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던 북한 인권 이슈화를 앞으로 적극적으로 해 가겠다는 ‘정책 전환’의 뉘앙스가 느껴졌다. 예정에도 없이 국무부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일반 청중으로 이날 세미나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이러한 해석에 무게를 실어줬다.
신씨의 이야기를 담은 책 ‘14호 수용소 탈출(Escape from Camp 14)’이 발간된 지 불과 며칠 만에 뉴욕타임스 논픽션부문 베스트셀러 16위에 오른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다음날인 13일 사설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악화된 데는 핵 문제에만 집착해 인권을 정책 우선순위에 두지 않은 미국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질타했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