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한명숙 등 떠미는 모습 씁쓸”… 非盧·호남 견제 본격화
입력 2012-04-15 19:17
민주통합당 문재인(사진) 상임고문이 야권의 대선후보가 될 수 있을까. 19대 총선 부산 선거에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냈다면 명실상부한 ‘박근혜 대항마’로 급부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 고문은 친노 주자들의 동반당선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혼자 배지를 달았다. 대신 민주당 부산지역 정당득표율이 18대 총선 때 12.7%보다 훨씬 높은 31.8%를 기록해 문 고문의 성과로 평가된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절반의 성공’이라 부르지만 문 고문에게는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총선 후 실시된 몇몇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도가 주춤한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당장 김두관 경남지사가 경쟁에 뛰어들 태세다. 출신지(경남)와 정치적 기반(친노)이 문 고문과 겹치는 김 지사로서는 문 고문의 위기가 자신에게는 기회인 셈이다. 문 고문이 한계를 보이자 링 밖에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조기 등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야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문 고문이 이들과 치열하게 경합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다.
문 고문에게는 당내 친노세력이 큰 자산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 18대 국회 때 미미했던 친노세력이 전면에 등장했다. 한명숙 전 대표가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선장직을 내놨지만 비례대표 의원직을 갖게 됐으며 이해찬 상임고문이 세종시에서 배지를 달았다. 두 사람과 문희상 원혜영 유인태 등 친노 당선자가 20명에 육박한다. 당내 가장 큰 세력이다.
문 고문은 주말 자신의 트위터에 한 전 대표를 옹호하는 글을 띄웠다. “모두가 만류해도 결코 책임을 피하지 않을 분인데 후속 방안을 논의할 겨를조차 주지 않고 등 떠미는 모습은 씁쓸했습니다. 현실정치의 비정함일까요. 정치도 품격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친노세력을 견제하려는 비노 및 호남세력을 겨냥한 발언으로 비친다. 문 고문이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현재의 지지도를 유지한다면 당내 친노세력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력한 대선주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노무현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친노가 정치적 자산인 동시에 과거에 집착한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노무현 비서실장’이란 이름에 얽매일 경우 야권의 대선후보가 되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자신만의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서는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두관 지사와도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더구나 야당 지지자는 물론 중도층의 지지까지 받고 있는 안철수 원장과 경쟁해서 이기려면 독자적인 ‘문재인 상표’를 하루빨리 부각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합리적 실용주의자임을 자처하면서 총선 때 ‘나꼼수’에 의존하려 했다는 점은 그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저질 막말 김용민’에 등 돌린 밑바닥 여론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