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로켓 발사 실패 이후] ‘김일성 흉내’내는 김정은, 목소리·복장 등 판박이
입력 2012-04-15 20:00
김일성 100회 생일 기념 軍 퍼레이드 표정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인 15일 오전 평양 중심부인 김일성광장에서 김 주석 생일을 경축하는 대규모 군 열병식을 거행했다. 열병식에 앞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축하 연설을 했다. 북한 조선중앙TV와 라디오방송인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은 이날 행사를 이례적으로 실황 중계했다.
20여분 동안의 연설에서 김정은은 “위대한 김일성, 김정일 동지께 가장 숭고한 경의와 최대의 영광을 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마오쩌둥식 인민복 차림의 김정은은 비교적 준비된 연설문을 빠르게 읽어내려 가면서 가끔씩 고개를 쳐들었다고 AFP 통신이 평양발로 보도했다.
김정은의 이날 연설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김정은의 육성이 북한 주민에게 공개된 것은 한 번뿐이다. 1992년 4월 25일 인민군 창군 60돌 경축 열병식에 앞서 “영웅적 조선인민군 장병에게 영광이 있으라”는 단 한마디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개된 김 위원장의 육성이었다.
목소리도 부친과 달랐다. 김 위원장은 높은 톤에 칼칼한 목소리였지만, 김정은은 낮은 톤에 차분해 할아버지 김 주석을 떠올리게 했다. 아버지의 은둔형 리더십과 달리 할아버지의 친화형 리더십을 닮으려고 애쓰는 흔적이 역력하다.
김정은은 첫 등장 때부터 할아버지가 즐겨 입던 검은색 인민복을 입었고 헤어스타일이나 걸음걸이도 할아버지를 많이 흉내내고 있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족한 카리스마를 보충해 새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일환이라는 것이다.
김정은은 사전 리허설을 하기라도 한 듯 “최후의 승리를 위해 앞으로”라고 연설을 맺으며 “만세”를 외치는 군인들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는 쇼맨십을 연출하기도 했다.
인민군 육해공군은 물론 노농적위군, 붉은청년근위대까지 참가한 이날 열병식에서도 김일성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많이 연출됐다. 항일 빨치산 부대 군복 차림의 열병 종대가 등장하는가 하면 북한 열병식 사상 처음으로 기마종대까지 등장했다. 기수들은 만주벌판의 흰눈을 연상케 하는 흰색의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열병식을 시작하며 사회자가 “위대한 자유주의자, 국민의 영웅 김일성 동지”라고 외치자 인공기와 최고 사경관 깃발이 군 지프에 실려 도착했다. 김정은은 사회자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100회 생신을 축하합니다”라고 선언하자 군 및 당 지도자들과 함께 박수를 받으며 연단에 등장했다. 광장 위에는 인공기와 공산당 깃발이 새겨진 대형 애드벌룬이 “한마음으로 뭉치자”라는 슬로건을 내리걸고 있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