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영광원전 고장도 은폐… 3월 비상발전기 한때 정지 불구 미공개
입력 2012-04-15 19:08
정부가 전국 원자력발전소를 특별 점검하는 과정에서 영광원전 비상디젤발전기도 고장을 일으켰으나 이를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1시23분쯤 영광원전 2호기 비상디젤 발전기를 시험하기 위해 수동으로 작동시켰으나 1분14초 후에 엔진 냉각수 저압력 경보로 자동 정지됐다. 영광원전은 정부 합동 점검단이 지난달 21일부터 29일까지 전국 32기 비상발전기에 대해 실시한 특별점검을 받던 중이었다.
해당 발전기는 냉각수 압력이 11.4psig 이하로 떨어지면 정지되도록 수치가 설정됐으나 엔진 진동으로 정지 설정치가 14.7psig로 높아지면서 정상 냉각수 압력에서도 기동이 정지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원전 측은 저압력 스위치를 교체한 뒤 5시간30분쯤 후인 오후 7시쯤 발전기를 정상화시켰다.
정부는 특별 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내 원전의 비상디젤발전기가 모두 정상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으나 영광원전의 고장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특별점검에 참가했던 정기호 영광군수도 고장 사실을 지역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아 항의를 받고 있다.
한수원은 이에 대해 “원전 매뉴얼에 따르면 비상 디젤발전기는 수동으로 가동시험을 할 때 고장을 확인하고 72시간 내에 보수를 한 뒤 스탠바이 상태를 유지하면 되기 때문에 발표를 하지 않았다”며 “외부기관까지 참여한 특별점검 내용을 숨긴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비상디젤발전기의 일부 장치에 결함이 발생했다는 것은 평소 안전관리의 허점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고리1호기 정전사고 은폐 사건 이후 원전 불신해소 차원에서 이뤄진 특별점검이어서 아무리 사소한 고장이라도 발표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