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의 딜레마’… 박근혜, 김형태·문대성 처리 시험대

입력 2012-04-15 19:03


4·11 총선을 승리로 이끈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불과 수일 만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총선 과정에서 제수씨 성폭행 미수 의혹이 불거진 김형태(경북 포항 남·울릉) 당선자와 박사 논문 표절 논란을 빚고 있는 문대성(부산 사하갑) 당선자를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 비상대책위원은 15일 “내일 비대위 회의에서 두 당선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박 위원장은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당의 입장을 낼 방침”이라며 시간을 벌어 놨다. ‘선(先) 확인, 후(後)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지만, 두 건은 어물쩍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두 당선자에게 출당 등의 조치를 취할 경우 새누리당은 150석으로 의석이 줄어 국회 과반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하반기 정국을 ‘박근혜 중심’으로 끌고 가 대선가도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친박 진영의 시나리오가 초장부터 꼬일 가능성이 높다. 친박계는 새 국회에서 박 위원장의 대표적 정책이 입법화되기 위해서는 과반 의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형태·문대성’ 사건이 대선 정국과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셈이다.

주변에서는 박 위원장이 두 사람 건을 정치적 고려보다는 원칙에 입각해 처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당 관계자는 “민주통합당이 김용민 후보의 저질 막말 처리 시점을 놓치면서 민심의 역풍을 맞아 선거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았느냐”면서 “큰 목표(대선 승리)로 가기 위해서선 작은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당장 조국 서울대 교수는 트위터에 “출당만으로 안 된다. 국회 윤리위에 징계안을 상정하고 본회의에서 의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 모두 ‘텃밭’ 영남권 출신이라는 점에서 설사 출당 등이 내려지거나 의원직을 상실하더라도 당에 미치는 타격이 적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자진 탈당토록 하자는 얘기도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당 윤리위에서 논의할 수 있으면 해야 하고, 본인이 결정하도록 사무총장도 권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교롭게도 이번에 새누리당이 획득한 152석은 8년 전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얻은 의석과 똑같다. 열린우리당은 모든 개혁입법이 가능한 것처럼 과신했지만 당시 박 위원장이 당 대표로 있던 한나라당의 121석에 막혀 애를 먹었다. 그때 강력한 대여투쟁을 이끌었던 박 위원장 입장에서는 이번에 127석을 받은 민주당을 설득하지 않으면 과반 의석을 유지하더라도 국회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