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로켓 발사 실패 이후-미국측 시각] “명예 실추된 김정은 체제 3차 핵실험 할 가능성 높아”

입력 2012-04-15 19:01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로켓 발사 실패로 미국이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등에 대비할 시간을 벌게 된 반면 북한 김정은 체제의 예측불가성과 불안정이라는 새로운 걱정거리를 안게 됐다고 진단했다. 또 북·미 간 공식 접촉이 최소한 오는 11월 미 대선 때까지 중단되는 등 북·미관계는 ‘동면기’에 들어갈 것이며, 북한은 실추된 김정은의 위신을 회복하기 위해 제3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로켓 발사 실패로 사태의 긴박성이 완화돼 유엔 안보리 대응의 수위를 낮출 수도 있는 등 미국은 한숨 돌릴 여유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로버트 게이츠 전 미 국방장관은 북한이 5년 안에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며 “그러나 이번 위성 발사 실패로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그 수준에 도달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나이더 연구원은 “아직 확고한 리더십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김정은에게 이번 발사 실패는 불확실성을 더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과 한국 정부는 로켓 발사실패에 안도하기보다 김정은 체제의 예측불가성과 불안이 높아진 점에 더 우려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로켓 발사가 실패함에 따라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안 대신 의장성명 정도로 그치려는 중국의 입장에 힘이 실리게 될 것이며, 미국 등도 자칫 강력한 제재를 추진할 경우 북한이 곧바로 3차 핵실험에 나설 수 있는 만큼 이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 대북 특사를 지낸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이번 로켓 발사 실패가 새로 출범한 김정은 체제에 준 충격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며 “명예 실추를 만회할 업적이 필요한 김정은과 북한 군부가 제3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부에서 관측이 가능하고 실패와 성공이 확연히 가려지는 미사일 발사에 비해 지하 핵실험은 결과가 예상에 미치지 못해도 대성공으로 홍보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프리처드 소장은 “북한의 3차 핵실험을 중단시키려고 중국이 강하게 압박하겠지만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이 경우 북한에 대한 중국의 실제 영향력이 드러나면서 중국이 매우 어려운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국방분석연구소(IDA)의 오공단 박사도 “2006년, 2009년의 전례에서 알 수 있듯이 결국 북한은 핵실험을 하게 될 것”이라며 “문제는 시기인데 미국의 대응, 유엔 안보리 조치 등을 지켜본 뒤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로켓 발사 실패의 원인과 관련, “한국도 고흥에서 쏘아올린 위성 추락 원인을 놓고 러시아와 이견을 보이지 않았느냐”며 “폐쇄적인 북한 체제에서는 사고 원인 규명작업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로브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 부소장은 로켓 발사가 실패했지만 올해는 물론 내년 새 정부 출범 초기까지도 북·미 간 공식 접촉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2·29 합의 뒤 2주일여 만에 북한이 위성 발사 계획을 발표하고 결국 발사한 데 대해 정치권은 물론 미국민 여론이 매우 악화됐다며 어느 누구도 당분간 북한에 대한 유화책을 들고 나오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 등의 압박에 대응해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핵실험을 할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상당한 악재가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은 식량 지원을 재개하는 등으로 북한을 달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럴 경우 북한 핵실험에 따른 역풍보다 원칙 없이 유화책을 쓴 점 등으로 공화당으로부터 더욱 거센 공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