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삶의 풍경] 산책
입력 2012-04-15 18:38
아침에 일어나 나지막한 산허리를 휘감아 걷습니다. 지난 밤 앓던 근심을 뒷전으로 하고 그렇게 걷습니다. 생각에서 생각으로 이어지는 길모퉁이에 어쩌면 보잘 것 없던 옛 사랑의 희미한 그림자와 쌓을 수 없던 추억을 뒤로하고 산책에 나섭니다. 그러면 여기저기 생명이 움트고 있습니다. 다시 열심히 살아볼 작정이라고 그렇게 다짐해봅니다. 우중에 졸고 있는 백로도 만납니다. 아직 개화하지 않은 섬세한 꽃들에게 인사합니다.
봄날은 어쩌면 앞으로만 달리던 희망과 서두른 시간에 대한 반성을 줍니다. 길옆에서 조아리는 하찮은 자연의 미물일지라도 우리는 그 안에서 우주를 봅니다. 아∼ 삶은 이렇게 외경과 탄성을 지르게 하는 그 무엇입니다. 산책을 통해 삶은 더 깊어지고 인간을 이해하는 습성을 길러줍니다. 어느 한가한 아침 백로처럼 졸며 보낸 산책은 삶의 이정표가 되어주네요. 걷는 습관, 혼자 보내는 여일한 걷기는 세상에 대한 몸을 낮추는 아주 소박한 기적입니다. 자∼ 걸어보실까요?
그림·글=김영미(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