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 잘못 서 집 넘어가는 일 줄어든다… 포괄근저당 신규·대출 갱신 불문 전면 금지

입력 2012-04-15 18:40


직장인 A씨는 5년 전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서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은행원 권유에 따라 포괄근저당을 설정했다. A씨는 주택담보대출은 상환했으나, 보증을 서준 친구가 최근 대출을 연체하자 은행이 모든 채무를 담보하는 포괄근저당이라는 이유로 A씨 주택을 압류했다.

올 하반기부터 개인 대출자에 대한 이 같은 포괄근저당이 전면 금지된다. 또 특정 여신거래에 한정해 근저당을 설정하는 한정근저당의 담보 범위도 대폭 축소된다.

금융위원회는 15일 근저당권을 설정함으로써 담보 제공자에게 과도한 담보 책임을 부과하거나 예상치 못한 재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제도·관행을 고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근저당은 은행이 대출 담보를 위해 고객 건물에 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이다. 지난해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의 72%가 근저당 설정대출이다.

금융위는 우선 올 하반기부터 신규 대출뿐만 아니라 만기연장·재약정·대환(대출을 받아 이전의 대출금이나 연체금을 갚는 것) 등 기존 대출을 갱신하는 경우에도 은행의 포괄근저당 금지를 명확히 하도록 했다. 포괄근저당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특정거래에서 발생하는 채권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또는 장래에 발생가능한 모든 채권을 하나의 근저당권으로 일괄해 담보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이 자택에 포괄근저당을 걸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경우, 이를 상환하더라도 향후 남의 보증을 서거나 카드 빚을 질 경우 연체 시 담보로 제공한 주택을 압류당할 수 있다.

당국은 이 같은 폐해를 감안, 2010년 11월부터 신규대출에 대한 포괄근저당 설정을 금지시켰다. 하지만 일부 은행은 예외규정을 이용해 포괄근저당을 설정하는 등 편법이 빈발하자 당국이 신규대출 외에 기존 대출 갱신 등 모든 대출에서 포괄근저당을 금지시키기로 한 것이다. 법 시행 전에 설정돼 만기가 많이 남은 포괄근저당의 경우 한정이나 특정 같은 일반근저당으로 전환토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당좌대출 등 특정 종류의 여신거래만 저당 잡는 한정근저당도 손보기로 했다. 은행권이 담보 범위를 과도하게 잡아 사실상 포괄근저당과 같이 사용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금융위는 담보 범위가 확대된 기존 한정근저당은 대출 내용에 맞게 범위를 축소하도록 은행을 지도하겠다는 입장이다.

담보 제공자가 대출을 받으려는 채무자의 동의를 받아 채무자의 채무이행 상황을 알 수 있도록 해 담보에 따른 피해를 줄여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 은행, 학계 등과 함께 ‘은행 근저당권 관행 개선을 위한 실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올 상반기에 은행 내규·약관 등을 고칠 예정이다. 새 개정안은 3분기 이전에 발효될 것이라고 당국은 밝혔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