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연출가 3인3색 ‘단막극의 매력’ 보여준다… 윤호진·박근형·손진책 ‘단막극연작’

입력 2012-04-15 18:07


연극 ‘3월의 눈’ ‘벽 속의 요정’ 등으로 잘 알려진 손진책(65), 뮤지컬 ‘명성왕후’ ‘영웅’ 등으로 유명한 윤호진(64), 연극 ‘청춘예찬’ ‘경숙이 경숙아버지’ 등으로 스타덤에 오른 박근형(49).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3명의 연출가가 뭉쳤다. 국립극단이 오는 21일부터 5월 13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단 소극장에서 올리는 ‘단막극연작’에 각자의 단막극을 연속(총 2시간40분)으로 선보인다.

단막극은 신선한 감각을 지닌 젊은 연출가들이 이름을 알리는 창구가 되기도 하고, 기성 연출가들에게는 다양한 실험의 장을 제공하면서 창작극 발전의 토양 역할을 해왔다. 재치와 유머, 삶의 페이소스를 압축시킨 단막극은 촌철살인의 메시지와 무대 미학을 보여주는 묘미가 있다. 이번 무대는 국내 최고 연출가들의 작품을 티켓(1만∼2만원) 한 장으로 볼 수 있는 기회다.

첫 무대는 윤호진의 ‘새-깃털의 유혹’. 예쁘고 능력 좋은 짝을 만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성을 짝짓기 철에 철새 도래지에 모인 오리 기러기 원앙 거위 등의 본능에 비유하는 코미디로 ‘태풍이 온다’ ‘양파’ 등 희곡을 쓴 김수미 작가가 대본을 썼다. 시각 후각 청각 촉각 등을 총동원해 구애하는 새들의 모습은 인간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라이브 연주와 화려한 군무가 곁들여진다.

이어지는 무대는 박근형의 ‘꽃과 건달과 피자와 사자’. 밀폐된 공간에 갇혀 피자먹기에 집착하는 한 남자가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져 무의식 속에서 겪는 꿈과 환상을 시적 언어를 통해 그리고 있다.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와 역할 바꾸기로 현실과 이상의 본질에 대해 얘기하는, 다분히 실험적인 연극이다. 연극 ‘미친극’ ‘언니들’의 최치언 작가가 극본을 썼다.

마지막 무대는 손진책의 ‘방문’.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노인과 국가의 명령에 따라 노인을 화학적으로 거세하기 위해 찾아온 요원들 사이에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렸다. 이를 통해 인간 본성에 숨어 있는 악과 욕망을 이야기한다. 상징적인 무대 이미지와 등장인물들의 역할 바꾸기 놀이가 볼거리다. 연극 ‘매기의 추억’ ‘꿈속의 꿈’ 등을 쓴 장성희 작가의 작품이다.

단막극연작은 국립극단의 ‘2012 봄마당 축제’ 중 하나다. 봄마당 축제에선 연극 ‘마늘 먹고 쑥 먹고’(오태석 연출·22일까지 명동예술극장), ‘궁리’(이윤택 연출·24일∼5월 13일 백성희장민호극장), 청소년극 ‘레슬링 시즌’(서충식 연출·5월 29일∼6월 10일 백성희장민호극장), 젊은 연출가 시리즈 ‘다정도 병인양 하여’(성기웅 연출·6월 9∼24일 극립극단 소극장) ‘본다’(최진아 연출·6월 30일∼7월 15일〃) 등도 공연된다(1688-5966).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