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의구] 불꽃놀이

입력 2012-04-15 18:08

헨델의 관현악곡 ‘왕궁의 불꽃놀이’는 오스트리아 왕위계승 전쟁의 종언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곡이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왕위를 여성인 마리아 테레지아에게 넘길 수 있느냐는 문제를 둘러싸고 유럽 전역이 뒤엉켜 싸웠던 전쟁은 1748년 10월 엑스 라 샤펠 조약 체결로 마무리됐다. 영국의 조지1세는 이듬해 4월 27일 런던 버킹검궁 옆 그린파크에서 불꽃놀이 행사를 개최했고, 헨델의 곡은 이날 연주됐다.

이 곡의 초연 리허설을 보려고 1만2000명이 넘는 구경꾼들이 런던에 모여들었다고 한다. 당시 런던 브리지가 너무 막혀 3시간 동안 한 대의 마차도 지나갈 수 없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하지만 정작 불꽃놀이는 불발탄이 많은데다 화재까지 일어나 실패작이었다고 한다.

불꽃놀이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축제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특히 중국 설과 추석, 미국의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는 화려하기로 유명하다.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1편 서두에는 마법사 간달프가 호빗족 축제에 쓸 폭죽을 실은 마차를 타고 샤이어의 시골길을 가는 목가적 장면이 인상 깊다.

불꽃놀이의 기원은 오래 됐다. 화약의 종주국인 중국에는 7세기 초 수나라 양제 때 이미 원시적 화약이 있었고, 송나라 휘종 때인 1110년에는 군 행사의 일환으로 대규모 불꽃놀이가 열렸다는 기록이 나온다. 1264년 송 이종 때는 로켓식 폭죽을 쐈다는 기록도 있다. 화약은 13세기 아라비아를 거쳐 유럽에 전파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고려말 최무선이 화약 제조법을 알아낸 뒤 조선 세종 때 신기전이란 로켓화살포가 개발됐다. 현재는 중앙정부나 지방단체 주요 축제에 불꽃놀이가 성행해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북한 정권의 지난 13일 광명성 3호 발사는 당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이 국방위 제1위원장에 선출된 것을 미리 축하하기 위한 축포 형식이었다. 15일로 100회가 되는 김일성 전 주석 생일인 태양절을 축하하고 강성대국의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불꽃놀이였다.

하지만 발사는 실패했고, 북한 지도부는 핵실험까지 감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북핵이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핵의 위험성은 어떤 경우라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북한 정권은 이제라도 허황한 불꽃놀음, 위험한 장난을 그만두고 주민의 민생을 챙겨야 한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