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동환] 대목맞은 정치, 경제는?

입력 2012-04-15 18:08


지난주 치러진 총선 결과를 두고 안도하는 사람, 가슴을 치는 사람으로 사회가 뒤숭숭하다. 이제부턴 본격적으로 대선레이스에 진입하면서 굳히기와 뒤집기의 정치가 신문지면을 도배할 텐데 도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굳히고 뒤집을 것인지 가늠할 길이 없다. 이념과 지역 색으로 두 동강 난 이 강산을 어찌 수습할 것인가. 여태껏 풀지 못한 경제 문제도 산적해 있는데 말이다.

작년 이후 물가상승률이 경제성장률을 앞질러 그 차이가 확대되고, 가계부채는 912조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전·월세가격과 휘발유가격을 포함한 생활물가가 치솟아 저소득 가계를 중심으로 생계형 자금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가계부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최근 3년 사이에 잔액이 약 14% 늘었는데, 같은 기간 연체율은 무려 85%나 증가하였다. 실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최저치라고는 하지만 좀처럼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부동산가격은 현재로선 떨어질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그 추세는 오래 가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 주택을 마련해야 할 청년들의 실업과 실질소득 감소, 현재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하우스 푸어’ 중산층의 부채상환 능력 저하, 그동안 주택수요를 떠받쳐왔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등으로 부동산가격의 중장기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부동산 등 자산의 가격이 거품처럼 무너져 내릴 경우에는 음의 자산효과를 통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시중의 유동성이 거품 속으로 사라지면서 신용경색 현상을 부추길 수도 있다.

본래 우리 경제는 천연자원, 소재·부품 등 원재료와 중간재의 수입의존도가 높아 환율변동에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유럽 등 주요 교역국의 경기침체로 수출이 감소하고 내수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대내외적으로 총수요가 늘어날 모멘텀을 발견하기도 곤란한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화가치가 하락하기만 하면 생산코스트가 높아져 총공급이 감소하는 동시에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염려되곤 했다.

불행히도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정치의 계절을 맞이하였다. 여야 모두 선거에 이기기 위해 경기부양을 위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한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이는 총수요 확대 정책으로 이어져 물가를 더욱 올리고 서민생활을 위협한다.

이때 물가를 잡겠다고 금리를 인상하면 가계부채 부담이 가중되고 부동산거품이 붕괴하는 최악의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 가뜩이나 수출 대기업이 주도하는 제조업과 중소·영세기업 위주의 내수 서비스산업이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현 상황에서 노동절약적 기술을 채택하고 있는 수출 대기업에 경기부양의 드라이브를 걸 경우에는 경제의 대외의존성이 더욱 고착화되고 고용사정은 개선되기 어렵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일정기간 지속될 경우 총수요가 급격히 감소하고 이에 따라 생산, 고용, 물가가 동시에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진행중인 ‘잃어버린 10년, 20년’이란 일본의 장기불황이 바로 디플레이션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오명에 걸맞게 공황장애로 말 못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정치만이 대목을 맞고 있는 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치가 백성을 풍요롭게 하고 가르치기(‘富之, 敎之’ 논어 자로편)는 고사하고 우리 삶의 터전이 허물어져가는 줄도 모르고 그들만의 잔치를 벌여서는 곤란하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