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김용우] ‘외로운 늑대들’의 테러

입력 2012-04-15 18:12


유럽인들이 테러리즘의 망령에 사로잡혔다. 쉴 새 없이 발생하는 테러리스트들의 폭력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그것도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목숨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22일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와 근교의 작은 섬 우토야에서 77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참한 학살은 아직도 유럽인들의 기억에 생생하다. 노르웨이의 집권 노동당 청소년 회원들의 여름 캠프에 나타난 기독교 근본주의자 안더스 브레이빅은 냉정하고 차분하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고, 69명에 달하는 희생자는 대부분 14∼17세의 꽃다운 소녀와 소년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슬람이 유럽을 정복해 ‘유라비아(Eurabia)’로 만들려는 음모에 공모한 세력이 노르웨이의 집권 노동당을 위시한 다문화주의자들이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미래의 노동당 엘리트들을 제거해야 한다는 복수와 증오의 논리다.

끔찍한 증오와 복수의 논리

오슬로의 학살이 한 해를 채 넘기기도 전에 또 다른 테러가 유대인 학교의 어린 학생 3명, 무슬림 계열 군인 3명을 포함해 모두 7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이번에는 프랑스 남서부 도시 툴루즈와 몽토방이다. 범인은 23세의 프랑스인 무하메드 메라로 알려졌다.

알제리 출신의 이민 2세이지만, 명백한 프랑스 시민인 메라는 프랑스의 한 방송사에 전화를 걸어 테러의 이유를 밝혔다. 유대인 어린이르르 숨지게 한 것은 이스라엘에 의해 희생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의 원한을 갚기 위한 것이고, 무슬림 군인을 죽인 것은 프랑스 군대에 입대해 아프카니스탄에서 동료 무슬림을 죽인 대가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증오와 복수의 논리다.

복수와 증오만이 오슬로의 학살자와 툴루즈의 학살자의 공통점이 아니다. 오슬로의 참사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무렵부터 테러의 배후를 알카에다를 비롯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으로 확신했던 사람들은 범인이 백인 기독교도임이 밝혀지자 당황했다. 이 당혹스러움은 곧 오슬로의 학살자를 정신병자로 몰아갔다.

범행 전 인터넷에 올린 범인 스스로 작성한 방대한 문건을 언뜻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30만 유로의 전 재산을 투입해 몇 년 동안 공들여 만든 1600페이지에 달하는 문건을 본 사람이라면 학살이 ‘편집성정신분열증’ 때문이라는 주장에 쉽사리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툴루즈의 학살 역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무슬림 군인들이 차례로 희생되자 백인 극우파 이슬람 혐오주의자의 소행일 것이라는 추측이 자연스럽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범인이 무슬림계 프랑스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프랑스의 정계와 학계의 일각에서 그가 ‘외로운 늑대’일 뿐이라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그가 특정한 세력과의 명확한 연계가 없는 인생의 낙오자, 패배자였다는 사실이 이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부각된다.

극단주의 연결망 경계해야

이 둘은 ‘외로운 늑대’들일까?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이들이 특정 극단주의자 집단의 하수인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외로운 늑대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오늘날 극단주의 세력의 네트워크는 특정 집단에 조직원으로 가담하는 전통적인 방식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인터넷이라는 광활한 바다에 떠 있는 다양한 블로그들이 글로벌화한 극단주의 세력의 망을 형성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른바 ‘극단주의의 블로그화’이다.

‘외로운 늑대론’에 기대어 안도하거나 그것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는 대신 유럽에 널리 퍼진 인종주의적 편견과 사회적 차별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인 성찰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김용우 호모미그란스 편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