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광원전 고장 ‘쉬쉬’한 정부
입력 2012-04-15 18:11
영광원전 2호기 비상 발전기의 고장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영광원전과 영광군 등에 따르면 영광원전 2호기 비상 발전기가 지난달 28일 5시간가량 작동을 멈췄다. 정부 합동 점검단이 영광원전 2호기 비상 발전기의 시험가동을 점검하던 중 냉각수 압력이 기준치를 벗어나면서 발전기 가동이 정지됐다. 원전 측은 냉각수 저압력 설정치의 결함을 고쳐 5시간여 만에 비상 발전기를 정상화시켰다.
문제는 정기호 영광군수가 정부 합동 점검단이 비상 발전기의 이상 여부를 특별점검하는 자리에 참석했으면서 고장 사실을 군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광군은 “원전 가동 매뉴얼에 나와 있는 (경미한) 고장이고, 곧바로 수리를 거쳐 작동했기 때문에 알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고의로 숨긴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식경제부가 지난 8일 전국 원전의 비상 발전기를 점검한 결과 ‘이상 없다’고 발표한 것을 보면 영광원전 2호기의 사고를 일부러 누락시켰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영광군의 안이한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지난 2월 고리 원전 1호기에서 발생한 정전사고가 한 달이 넘도록 은폐·조작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몰고 온 후폭풍을 떠올렸다면 사고·복구 소식을 즉각 알렸어야 했다. 특히 달궈진 원자로를 냉각시키는 비상 발전기가 작동을 멈출 경우 고열로 인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같은 대형 재해로 악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영광군의 현실 인식이 실망스럽다.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영광군의 대응이 심각하게 느껴질 정도다.
원전의 안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연달아 발생하는 원전 사고에 이어 은폐·조작 사건까지 겹쳐 원전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는 국민이 늘고 있다. 반핵단체 등이 지난 13일 영광군을 항의방문한 데 이어 집단행동에 나설 예정이어서 원전 반대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전에 관한 한 국민 신뢰를 얻는 일도 어렵지만 그동안 쌓은 신뢰도 한 번에 무너질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