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천년 숨결, 천년 명품…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한산모시짜기’
입력 2012-04-15 21:58
앵글속세상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한산모시짜기’
여인들의 정성과 인내로 한 올 한 올 빚어내는 모시는 자연친화적이면서도 가벼워 여름철 옷감으로 으뜸이다. 그중에서도 한산모시는 섬세할 뿐 아니라 청아한 멋에 품격까지 배어나 모시의 대명사로 꼽힌다.
‘한산모시짜기’는 충남 서천군 한산지역에서 여성들을 중심으로 1500여년간 전해 내려왔다. 모시짜기는 여인들의 가내작업인 동시에 마을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사회·문화적 기능도 수행해 왔다. 여기에 여인네들의 한(恨)과 혼(魂)이 어려 있다. 이 점을 높이 평가받아 ‘한산모시짜기’가 지난해 11월 줄타기, 택견과 함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
모시 제작과정은 복잡하고 고단함의 연속이다. 태모시를 시작으로 째기, 삼기, 날기, 매기, 짜기의 순서로 이뤄진다. 태모시란 모시풀의 속살을 햇볕에 말려 물에 담그고 말리고를 반복해 부드럽게 만들어진 모시를 말한다. 째기와 삼기는 잘 말린 태모시를 치아 사이에 넣고 긁어 가늘게 쪼갠 후 틀에 모시를 걸쳐놓고 한 올 한 올 입술의 침을 이용해 이어 붙여 실타래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 실타래를 풀어 한 필의 모시를 짤 만큼의 실을 감는 과정을 날기라 하고, 바디에 촘촘하게 모시실을 끼운 뒤 콩풀을 먹여 매끄럽게 만드는 과정을 매기라 한다. 매기가 끝난 모시실을 베틀에 얹어 정성스럽게 씨줄 날줄로 짜면 한필의 한산모시가 완성된다.
‘한여름의 비단옷’으로 불리는 한산 모시는 배냇저고리를 비롯해 겉옷, 커튼, 방석, 이불, 액세서리, 수건, 베개, 수의 등 활용처가 다양하다. 최근 모시 잎에 함유된 칼슘이 우유의 480배라는 게 밝혀지면서 모시송편, 모시차, 모시젓갈, 모시비누의 인기도 높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 방연옥(66)씨는 “입술과 이, 혀, 침을 이용해 째기를 하는 게 가장 힘들다. 입술에 피가 나고 이가 부러지고 골이 파이고 해 ‘이골 난다’는 말이 생길 정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 여인네의 손재주와 정성 속에 탄생되는 ‘천년명품’ 한산모시를 육성 발전하기 위해 서천군은 지난해부터 지리적 표시 인증제도를 시행하는 한편 현대적 감각에 맞는 디자인과 직조기술의 고급화를 추진하고 있다.
서천=사진·글 강민석 선임기자 minse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