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첫승 박찬호, 마운드서 감동 받은 사연…

입력 2012-04-13 20:52

12일 국내프로야구 데뷔전을 가졌던 박찬호(39·한화)는 경기 후 “한국에 돌아온 보람을 느낀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경기장에서 부모님이 관전했고 특히 첫 타자인 이종욱(두산)이 경기 직전 헬멧을 벗고 인사해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선배에게 예의를 지키고 최선을 다해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거는 모습에서 메이저리그 최고령 투수 제이미 모이어(50·콜라라도 로키스)를 떠올렸다. 또 이날 두산 선수들을 제압한 무기 컷패스트볼(커터)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뉴욕 양키스)로부터 사사받은 것이었다. 돌아온 박찬호는 한동안 메이저리그를 떼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을 듯 하다.

메이저리그 데뷔 초 그는 경기직전 모자를 벗고 주심에게 인사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한국 아마추어선수들에겐 일상화된 관행이 메이저리그에서는 생소하게 비쳤던 것. 이날 박찬호는 이종욱이 인사를 하자 자신도 모자를 벗고 답례를 했다. “너무 고마워서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이어를 떠올렸다.

박찬호는 2009년 필라델피아 필리스 시절 모이어와 한솥밥을 먹었다. 훗날 한 인터뷰에서 자신도 모이어처럼 오랫동안 팬들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모이어가 던지는 날이면 상대 선수조차 예의를 지키고 정정당당하게 상대하려는 모습을 봤다. 이런 게 메이저리그구나, 이런 게 프로야구구나 생각했다”며 술회했다. 국내무대 데뷔 첫날 그는 미국에서 체험하지 못했던 감동을 온몸으로 느꼈다.

한편 투구내용 면에서는 박찬호는 한국타자들에게는 생소한 구종인 커터를 효과적으로 구사하며 재미를 봤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중간쯤 가는 커터는 직구로 오면서 끝이 살짝 휘는 볼이다. 박찬호는 전성기 보다 훨씬 못미치는 140㎞ 초반대의 커터를 주무기로 11개의 땅볼아웃을 솎아냈다. 커터는 박찬호가 뉴욕 양키스 시절 최고의 마무리 리베라에게 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가락 힘 조절로 좌우의 무브먼트가 가능한 박찬호의 커터는 한동안 국내 타자들을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한화 에이스 류현진은 “커터가 굉장히 위력적이었다. 박찬호 선배가 오늘처럼 던진다면 국내 프로야구에서 10승 이상 거두실 것 같다”며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