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기능경기대회 화제의 인물들
입력 2012-04-13 19:15
아버지와 아들, 나란히 출전해 경쟁자로 대결
여성이 선반경기에… 남고생이 한복 직종에 도전
13일 오후 3시 광주지방기능대회가 열린 광주공업고등학교 실습실.
광주공고생인 유정선(18)군과 아버지 재용(48)씨는 각각 도면을 보면서 수작업으로 밀링(나사 등을 깎는 작업)을 조심스럽게 하고 있었다. 대회가 열리기 전만 해도 함께 연습하면서 문제를 상의했던 유씨 부자는 이번 대회에서는 서로 경쟁자로 대결했다.
정선군은 “아버지가 대회 전에 연습할 때 엄하게 가르치기도 했지만 실제로 작업하면서 부딪히는 문제를 자세히 알려주기 때문에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아버지 유씨는 “지난해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출전했다가 손가락을 다쳐 기권한 아들에게 용기를 주고자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고 밝혔다. 아들 정선군의 광주공고 기계과 직속 선배이기도 한 유씨는 이번 대회에 아들과 함께 폴리메카닉스(수작업 밀링과 선반 이용해 금속·비철금속재료를 가공하는 것) 직종에 출전했다.
12∼15일 열리는 2012년 지방기능경기대회에는 유씨 부자와 같은 화제성 인물들이 많이 출전했다.
이날 울산지방기능경기대회 ‘컴퓨터수치제어(CNC)선반’ 직종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현대공고에서는 배경진(23·여)씨가 남학생들 틈바구니 속에서 날카로운 드릴로 공작물을 깎는 데 여념이 없었다. 배씨는 전국 16개 시도에서 펼쳐지고 있는 지방기능경기대회 CNC선반 직종 참가선수 166명 중 유일한 여성이다. 울산정보통신고 전자기기과를 졸업한 배씨는 물리치료사의 길을 걷다가 적성에 맞지 않자 지난해 10월 울산직업능력개발원에 입학한 뒤 이번 대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배씨는 “도전에는 남녀가 따로 없다”며 이번 기회를 좋은 경험으로 삼겠다고 했다.
서울디자인고 재학생인 이건호(17)군은 배씨와 정반대로 전국 150명의 ‘한복’ 직종 출전자 중 유일한 청일점이다. 중학생 때부터 유난히 옷에 관심이 많았던 이군은 “졸업 후 유학을 가서 공부를 더 한 뒤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나타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