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로 숨진 아들 보상금 적십자사에 기부… 경남 고성 장평숙·김말둘씨 부부
입력 2012-04-13 19:15
“남 위해 팔을 걷어붙이던 아들아, 넌 떠났지만 아름다운 네 마음만은 꼭 기억하마.”
일터에서 산업재해로 숨진 아들의 사망 보상금 전액을 대한적십자사에 기부함으로써 고통과 슬픔을 이웃 사랑으로 승화시켜 진한 감동을 주는 부부가 있다. 주인공은 경남 고성에 사는 장평숙(62), 김말둘(58·여)씨 부부다.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는 통영의 한 회사에서 일하다 추락사고로 숨진 장한석(당시 30)씨의 부모가 보상위로금 2억원 전액을 기부했다고 13일 밝혔다.
장씨의 아들 한석씨는 입사한 지 40일 만인 2010년 4월 22일 전선설치 작업을 하던 중 땅바닥으로 추락해 숨졌다. 이후 부부는 회사와 보상 문제를 놓고 2년간 힘든 소송을 벌였고, 마침내 지난 6일 아들의 보상위로금으로 2억원을 수령했다.
아들이 세상을 등지면서 이 부부는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좌절의 시간들을 보냈다. 사랑하는 아들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은 장씨 부부는 2년 동안 진행된 소송이 결국 법원의 강제조정으로 결론이 나면서 한 번 더 고통을 느껴야 했다.
그러나 장씨 부부는 소송 이후 받은 보상위로금을 보면서 살아생전 사회에 헌신하던 아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한석씨는 휴일에도 그 흔한 데이트 대신 봉사단체를 찾아다니며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했고, 헌혈 운동에도 앞장섰던 자랑스런 아들이었다.
한석씨는 1998년 처음 헌혈을 한 이후 2004년 적십자사로부터 ‘혈액 유공자 은장’을 받는 등 이웃을 위해 무려 32차례나 팔을 걷었다.
어머니 김씨는 “이웃을 위해 헌혈에 동참하던 아들의 넋을 위로하고 싶다”며 “부모된 입장에서 아들이 간직했던 소중한 마음과 의로운 뜻을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기부를 결심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아버지 장씨는 “아들이 살아있었다면 했을 일을 우리 부부가 대신한 것”이라며 “적십자사가 기부금으로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전달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는 전달받은 기부금을 기부자의 뜻을 새겨 의미 있는 곳에 사용할 계획이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