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창업자들 장기집권 노리나… 2대 1 주식분할로 의사결정권 공고화

입력 2012-04-13 19:03

구글이 미국 대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기존 주식 1주를 둘로 나누는 2대 1 주식분할을 발표했다. 의결권 주식을 장악한 구글 창업자들의 지배력을 확고하게 지키도록 고안된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글은 외부의 비판과 관계없이 창업자들의 뜻에 따른 과감한 실험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번 결정이 소액 주주의 권한을 줄이면서 창업주들이 장기 집권할 발판을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구글 공동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페이지(39)는 12일(현지시간) 분기실적을 발표하면서 “이사회가 주식의 2대 1 분할을 승인했다”며 “앞으로 의결권이 없는 자본주를 나스닥 시장에 상장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구글 보통주 1주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는 의결권이 없는 주식 1주를 덤으로 얻게 되는 것이다. 주식을 2대 1로 나누면 주가는 분할 이전의 절반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소액 투자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유동성이 늘어 거래도 활성화된다.

반면 이번 조치는 CEO인 페이지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38), 에릭 슈미트(57) 회장 등 3인의 지배력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 이들 3인방은 총 66%에 가까운 의결권 주식을 보유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로써 16년 전 구글을 창업한 페이지와 브린이 의사결정권을 강화해 ‘평생(lifetime)’ 회사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페이지 CEO는 “우리는 구글에 전력을 다해왔고 앞으로도 그러기를 원하고 있다. 구글의 지배구조는 우리의 노력을 지지할 것이며 우리는 세계를 바꾸겠다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구글은 최근 우주 엘리베이터나 무인 자동차 등에 지나치게 투자한다는 우려를 받아왔다. 이번 조치로 창업자들은 강력한 힘을 갖게 됐고 외부의 비판에서 자유로워지며 다양한 시도를 펼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즉각 일부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의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구글은 명백히 공개된 기업이지만 사실상 창업자들이 지배하고 있으며, 이번 조치로 창업자들이 장기집권하게 됐다는 것이다.

찰스 엔슨 델라웨어대 교수는 페이지와 브린을 가리켜 “그들이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상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구글은 이날 뉴욕 증시 마감 후 실적발표를 통해 1분기에 28억9000만 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106억5000만 달러로 전년대비 24% 급증했다. 인터넷 검색광고 시장 점유율 확대와 이동통신 관련 경쟁력 강화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끌었다고 AFP통신이 분석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