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로켓 발사 실패] 전문가 “1단 로켓 분리 이상”… 아직까진 기술 설익어

입력 2012-04-13 19:03


北 실패 원인·이례적 시인 배경

북한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광명성 3호 발사가 실패한 것은 설익은 기술에 대한 과신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수십 차례 시험 발사를 거쳐야 겨우 성공할 수 있는 장거리 로켓이 4번째 발사로 성공하리라고 장담한 것 자체가 오판이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큰 실패 원인은 1단 로켓 자체와 단 분리 기술 부족이다. 수직 이륙 추진체인 1단 로켓이 내부 원인으로 폭발했으며 안정적인 단 분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국책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고도 151㎞까지 올라간 것은 1단 로켓이 자체 추진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고도와 유사하다”면서 “그러나 그 시점 이전에 폭발한 것은 1단 분리가 안 됐거나 분리됐더라도 2단 로켓이 점화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단 분리 기술이 성숙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며 “우리의 나로호 발사 때처럼 1단 로켓과 2단 로켓을 연결하는 폭약볼트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광명성 3호는 발사된 지 2분15초 만에 폭발했으며 1단 로켓이 분리됐는지 여부는 분명치 않다. 2009년 4월 발사된 광명성 2호의 경우 1단 로켓 및 2, 3단 로켓이 분리돼 북한이 단 분리 기술은 이미 확보한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1단 로켓의 엔진이상으로 실패했다고 추정했다. 광명성 3호는 광명성 2호보다 무게가 4∼5t 늘었는데 궤도진입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력을 높이다 자체 폭발해버렸다는 얘기다. 로켓 추진력은 엔진 내부 압력과 비례하기 때문에 추진력을 높이도록 설계했다면 그만큼 엔진에 무리가 가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 윤웅섭 교수도 1단 로켓에 이상이 발생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윤 교수는 “정상적으로 분리됐다면 1단 로켓이 17개 조각으로 분리되지는 않는다”며 “1단 엔진 이상으로 단 분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향이 틀어지면서 엔진의 무거운 부분이 조각나고 좀더 가벼운 윗부분이 쪼개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권세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통상 2분 정도면 1단 로켓이 분리된다. 2분15초에 폭발했다는 건 단 분리가 안 된 채 정상궤도를 유지하지 못한 것”이라며 “북한이 자폭시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동창리 미사일기지가 완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발사시도를 한 것도 실패원인의 하나로 꼽힌다.

로켓 조립과정에서 시설이 완비되지 않아 문제점을 드러냈으며 연료 및 산화제 주입시설 등 자동화장비도 100% 완공하지 못했다는 설도 있다. 군 관계자는 “궤도와 잔해물을 더 분석해봐야 정확한 실패 원인을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이 발사 실패를 신속하게 시인한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사일이 아니라 위성발사이고, 김정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다른 ‘솔직한’ 리더십을 갖췄다는 것 등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