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혹시 유류 공급 과점” 운 떼자… 잔뜩 긴장하는 정유업계

입력 2012-04-13 18:53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국내 기름값 상승 배경을 놓고 공급 과점을 거론하고 나서자 정유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유가가 너무 많이 올라 있는 상황”이라며 “혹시 공급이 과점형태여서 이런 일이 계속되는지 유통 체계를 비롯해서 제도 개선을 통한 관리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유가에 대해서는 발상을 완전히 새롭게 해서 원천적으로 검토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는 유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유류세 인하보다는 일부 정유사의 가격 담합이나 정유사와 주유소 간의 불공정 거래 등에 대한 집중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최근 국제유가는 점진적인 하락세인데도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오히려 계속 오르는 것은 정유사의 과점 등에 따른 왜곡된 가격구조 때문이란 의심이 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또 “기름값, 약값, 통신비, 배추를 포함한 농축산물 가격, 공공요금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물가 불안 요인을 점검해서 물가 오름세 심리가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이 다시 기름값 상승의 원인을 정유사 탓으로 돌리는 뉘앙스를 풍기자 정유사들은 지난해 초 기름값 논쟁이 재연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이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고 운을 떼자 정부는 태스크포스까지 꾸려 기름값을 조사하는 등 정유사와 주유소를 전방위로 압박했다. 최중경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은 “회계사 출신인 내가 기름값 원가를 따져보겠다”며 총대를 메고 나섰다. 이후 정유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ℓ당 100원 한시적 할인을 했다.

정유사들은 이 대통령이 총선이 끝나자마자 이런 언급을 했다는 점에서 향후 정부의 압박 강도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했다. 다만 정부는 알뜰주유소와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시장까지 개설했지만 기름값 안정에 실패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압박카드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지금은 뭐라 말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