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이후] 총선 승패도 잠시… 사실상 대선 정국 돌입

입력 2012-04-13 18:46


4·11 총선 승리의 축배와 패배의 쓴잔도 잠시다. 새누리당이 의석수 기준의 의회 권력은 장악했지만 전국 득표수에서는 뒤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야는 벌써 전열을 가다듬고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 전략에 몰두하는 양상이다. 새누리당은 “승리가 독”이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고 민주통합당 등 야권은 “위기가 곧 기회”라며 비장한 각오를 내비친다.

실제 중앙선관위가 최종 집계한 지역구 득표수는 전체 유효투표 2154만5326표 중 새누리당이 932만4911표(43.3%)를 차지해 민주통합당(815만6045표, 37.8%)과 통합진보당(129만1306표, 6.0%)을 합친 득표수 944만7351표(43.8%)보다 12만2440표를 적게 얻었다. 간발의 차이지만 야권연대는 득표수에서 이기고 의석에서 뒤지는 ‘밑진 장사’를 한 셈이다.

비례대표 의석을 결정하는 정당투표에서도 새누리당이 981만9226표(42.8%)를 얻은 반면 민주당(777만5737표, 36.5%)과 통합진보당(219만8082, 10.3%)의 야권연대는 997만3819표(46.8%)로 84만4593표를 더 얻었다. 자유선진당(3.2%, 68만9843표) 등 범보수진영과 진보신당(1.1%, 23만1207표) 등 범진보진영 간 득표율은 48% 대 48%로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2월 대선에서 새누리당은 자유선진당과 충청권의 ‘중원(中原)’을, 야권연대는 더욱 공고한 연대를 구축하면서 진보신당을 끌어들이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는 변수임을 반증해주고 있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올 대선과 비슷한 양상이었던 2002년 16대 대선의 경우 진보진영 노무현 후보(득표율 48.9%)가 보수진영 이회창 후보(46.6%)를 57만980표 차이로 신승했다. 이 때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3.9%(95만7148표)를 앗아가는 진보진영의 분열 상황에서 노 후보가 당선됐다. 이번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이 자유선진당과 보수연대에 실패했으면서 보수결집을 이끌어내는 역설적 상황이 나타났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언론과의 접촉에서 “총선 승패는 의석수로 판단하지만 대선은 전국이 하나의 선거구로서 득표율로 승부하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가 대선에서의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체 유권자(4018만6172명)의 절반(49.3%)에 가까우면서 ‘2040세대’의 표심이 움직이는 수도권 민심은 대선에서도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 확보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의석 112석 중 43석에 그쳤고 득표수(479만8433표)에서도 야권연대의 509만6062표(민주당 469만8358표, 통합진보당 39만7704표)보다 29만7629표 적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 장외 주자들의 행보도 대선 판도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와 한국갤럽이 총선 당일인 11일 투표자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5%)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45.1%, 안 원장은 35.9%를 각각 얻었다. 총선을 기점으로 안 원장의 박빙 우위 구도가 깨졌지만 그는 여전히 범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다.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대권주자로 부상해 있는 만큼 야권의 정치력이 주목되는 포인트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