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로켓 발사 실패] 美 “국제 법규·자신들 약속 위배한 도발”
입력 2012-04-13 18:48
미국과 일본, 러시아 영국 독일 등 주요국은 13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나라는 북한의 로켓 발사를 ‘중대한 도발’로 규정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강력한 대응을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은 관련 당사국들의 냉정과 자제를 촉구하는 등 상반된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은 백악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사일 발사 시도가 실패했으나 이번 도발행위는 지역안보를 위협하고 국제 법규와 자신들의 약속을 위배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북한이 보여온 공격적 행태의 패턴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는 놀라운 것이 아니다”라며 “북한의 어떤 미사일 관련 행동도 국제사회의 우려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이어 “북한은 도발행위로 인해 스스로의 고립을 더욱 심화시켰고, 주민들이 굶주리는 동안에도 무기와 선전용 과시를 위해 돈을 낭비했다”면서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은 자체의 안보를 담보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북한의 로켓 발사 후 수시간 동안 침묵을 지킨 후 짤막한 입장을 발표했다. 외교부의 류웨이민 대변인은 외교부 사이트에 올린 기자와 문답 형식의 발표문을 통해 “우리는 유관 각 당사자가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한반도와 지역 평화 및 안정을 해치는 행위를 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접촉과 대화를 유지해 공동으로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류 대변인의 발표는 북한의 로켓 발사 실패와 관련, 중국에서 나온 첫 번째이자 유일한 공식입장이다. 중국 언론 매체들은 현재까지 북한 로켓 발사와 관련된 많은 소식을 쏟아냈지만, 모두 외신이나 주변국 반응을 다룬 것이다.
러시아 외무부의 한 관계자는 인테르팍스 통신에 “북한의 로켓 발사가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논평했다. 이 관계자는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는 군사용이든 민수용이든 관계없이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북한의 로켓 발사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과 독일 정부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우려를 표시하고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대응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북한은 당초 약속을 깨고 외신기자들 몰래 로켓을 발사해 평양 주재 외국기자들의 반발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지난 8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에 미국, 영국, 중국 등 19개국에서 온 외신기자 70여명을 초청했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대와 미사일에 장착할 실무 위성까지 선보이면서 이번 발사가 군사용이 아닌 과학용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로켓 발사에서는 이들을 철저히 따돌렸다. 13일 오전 9시 이전에 로켓 발사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오전 7시39분쯤 몰래 미사일을 발사해 외신기자들을 술렁이게 했다.
북한은 한국,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이 발사 사실을 확인하자 뒤늦게 입장 발표를 위해 외신기자단에게 평양 양각도 호텔에 집결해줄 것을 통보했다. AP통신에 따르면 13일 오전 북한 언론에는 로켓 발사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고, TV에선 평소처럼 대중음악이 흘러나왔다.
정진영 기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