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비’없이 주민축제된 특수학교 개교… 취업 중점 안성 ‘한길학교’ 문열어

입력 2012-04-13 18:36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갈 곳이 없어 집에 방치되는 발달장애인들이 무료로 기술교육을 받고, 취업도 하게 돼 꿈을 꾸는 것 같아요.”

국내에서 처음으로 고등학교와 전공과만으로 운영되는 직업 중점 특수교육기관인 한길학교 개교식이 13일 경기도 안성시 고삼면 이 학교 운동장에서 열렸다. 동네주민 등 축하객 400여명 사이에서 가장 기뻐하는 사람들은 단연 발달장애 자녀를 둔 학부모 15명이었다. 학부모들은 “님비현상 때문에 장애인 시설을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학교 주변 주민들이 찾아와 먼저 축하해주니 감격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이 학교는 사회복지법인 ‘한길’의 한창섭(64) 이사장의 고향 동네에 세워졌다. 2년여 건설기간 동안 님비현상이 전혀 없었다. 주민들은 개교식이 열리자 마을방송으로 참여를 권유할 정도였다. 고삼면 부녀회원 20명은 개교식에 찾아온 손님들을 위해 음식을 마련했다.

마을 주민들은 지난달 15일 발달장애 학생들과 운동장에 잔디도 심고 학교 주변에 나무를 심었다. 연못에도 꽃을 심어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한길학교에서는 개교식을 하기 전인 지난달 2일부터 발달장애인 23명이 이미 공부를 시작했다. 고등학교는 학년별로 한 학급씩 각 7명이 공부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췄다. 정원은 35명 규모다. 직업교육과정인 전공과는 2년 동안 무상교육이다. 필기시험과 손 기능시험 등 입학전형을 거친 학생 10명이 들어왔다. 일부 학생은 벌써 취업해 주 2일은 직장으로 출근한다. 자립을 목표로 공부를 하는 것이다.

한 이사장은 안성상공회의소장 출신으로 소질이 있는 장애학생이 학교 졸업 후에도 직업을 갖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다 직업에 중점을 둔 특수교육기관 건립을 추진했다. 장애인도 직업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한 이사장은 “발달장애인도 직업인이 돼 자립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주고, 실질적인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