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후쿠시마… 한국서 원전사고 발생한다면?
입력 2012-04-13 18:27
방사능사고 대비… 한국 의료 대응수준은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당시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 4개월 뒤 구소련은 204명이 방사능 피폭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6년 뒤 우크라이나는 당시 사고로 7000여명이 방사능에 오염됐다고 보고했다.
#1987년 9월 브라질 고이아니아의 한 방사선치료의원에서 세슘-137 선원이 도난당했다. 이 세슘-137 선원은 이후 폐품회수업자의 손에 들어가 작업장에서 해체하는 과정에서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 광범위한 환경방사능 오염으로 11만2800명이 피폭 오염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방사능 오염자는 250명, 이 중 20명은 입원치료, 8명은 급성방사선증후군, 20명은 국소방사선손상 판정을 받았다. 사망자는 4명이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의 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지역에서 원전사고가 발생, 1만9000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되고, 후쿠시마현 등 집중피해지역 주민 34만2500여명이 집을 잃거나 등지고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됐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위의 두 가지 사례와는 달리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오염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희생자들은 지진과 쓰나미에 의해 발생했다.
일련의 방사능 유출 사고와 관련,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고이아니아 사고와 다른 평가를 받는다. 그것은 일본의 국가 방사능 비상 진료체계가 이들 나라보다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23개의 원자력발전소(세계 5위 규모)를 운영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국가 방사능 비상 진료체계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국내 방사능 사고 의료대응 ‘세계적 수준’= 국내 원자력발전소 기술과 방호기술지원 관련 부분은 세계적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평가다. 실제로 현재 국내 방사능 사고의 의료대응 수준은 브라질 고이아니아 사고와 같은 국제원자력사고 5등급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국제원자력사고 7등급에 대해서도 정부주도 하에 재난대응체계가 가동되는 국가방사선진료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법률인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방재대책법’에 따라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를 설립해 전국적으로 각 원전주변지역에 지정된 21개의 방사선비상진료 지정의료기관(1차 지정기관 9곳, 2차 지정기관 12곳)을 운영하고 있다. 방사선비상진료인원도 지정기관 380여명, 원자력의학원 50여명이 배치돼 원전사고, 핵 테러 등을 포함한 방사능 재난에 대비하고 있다.
평상시 방사능 재난 대비 훈련도 연간 권역별 훈련 4회(모든 지정기관 연 1회 이상 참여), 민관군 합동 훈련 1회, 방사선비상진료센터 병원대응 교육 및 훈련 5회 등 연간 10회 정도 실시된다. 훈련은 원전방사능 누출, 지진 등과 같은 자연재난이 동반된 방사능 재난, 방사능 테러 등의 시나리오로 진행된다.
재난 발생시에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이 방사선비상의료지원본부가 되고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를 중심으로 ▲상황실 설치 및 운영 ▲비상진료대책 수립(전국 권역별 방사선비상진료병원과 연계) ▲사고지역 내 권역별 비상진료팀 현장 파견 및 지휘 ▲후송환자 진료 및 관리 ▲방사선격리병동 운영 ▲응급진료장비 및 물자 지원 등 의료구호활동을 담당하게 된다.
◇방사능 피폭 여부 판단과 의료조치는= 외부로 유출된 방사성물질에 인체가 노출되면 호흡기를 통한 내부 피폭이 발생한다. 이 때 내부 오염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내부 오염 측정장비(전신계수기)를 이용해 직접적으로 인체를 측정하거나, 배설물 측정 등을 통해 내부 오염 여부를 판단한다.
방사선에 피폭된 사람들에게는 가장 먼저 내부 및 외부 오염 정도를 평가하고 외부 오염 시 샤워, 의복탈의 등과 같은 방법으로 오염물을 제거한다. 방사성요오드, 세슘 등 방사성물질이 호흡이나 구강섭취에 의해 인체 내부에 유입됐을 경우에는 방사성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하기 위한 안정화요오드(KI), 프루시안블루(Prussian blue) 등의 약품을 사용한다.
방사성물질의 위장관계 흡수 감소를 위해서는 위세척, 구토제, 배변촉진제 등을 사용하는데 특히 세슘에 의한 내부 오염은 프루시안블루를 투여해 대변 배설을 촉진시킨다. 수일∼수주 간 더 이상 방사성핵종이 배설되지 않을 때까지 투여한다. 최상의 효과를 위해서는 방사능에 노출된 후 즉시 치료제 투여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방사선요오드에 의한 내부 오염의 경우는 제거의 개념이 아닌 예방차원의 차단제로 안정화요오드를 투여해 갑상선에 방사성요오드가 흡수되는 것을 방지한다. 안정화요오드는 약 7∼14일 동안 투여한다. 투여시간에 따라 차단효과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방사성요오드에 직접 노출되기 24시간 전에 투여하거나 방사성요오드에 노출된 후 즉시 안정화요오드 투여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다만 안정화요오드를 과다 섭취할 경우 피부발진, 침샘부종이나 염증, 요오드 중독증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영수 쿠키건강 기자 juny@kukimedia.co.kr
<도움말·조민수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 비상진료 현장대응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