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식 건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갑상선암, 가급적이면 작은 치료를”
입력 2012-04-13 18:26
인터뷰
유방암을 제치고 여성암 1위를 차지한 갑상선암은 ‘착한 암’으로 불린다. 갑상선암은 생물학적으로 진행이 매우 느린 ‘거북이암’으로 무리한 수술 보다는 발견된 세포가 정말 암인지 시간을 두고 지켜본 뒤 수술을 해도 무방하다.
특히 최근에는 부분절제술이 아니라 초기 미세암인 경우에도 완전절제술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 과잉진료가 생기지 않도록 환자가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용식 건국대병원 교수(이비인후과)는 가급적이면 작은 치료를 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이 교수는 “대한민국에 암 열풍이 불면서 작은 암도 수술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생겨났지만 갑상선암은 위암이나 폐암처럼 당장 시급히 치료해야 하는 암이 아니다. 전이 가능성도 거의 없고, 전이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갑상선 전부를 제거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갑상선 조직을 모두 제거하는 완전절제술을 하게 되면 갑상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중지되기 때문에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오게 된다. 이렇게 되면 평생 호르몬제를 먹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방사선 동위원소 치료도 해야 한다. 특히 요오드가 함유된 미역 등의 해조류, 어패류, 치즈와 달걀 등의 섭취를 줄이기 위한 식단 조절도 필요하다. 반면 암이 발견된 부위만 절제하는 부분절제술을 하게 되면 호르몬제를 먹지 않아도 된다.
55세의 여성이 갑상선 완전절제술을 했다면 기대수명이 높아진 요즘에는 20년 이상 약을 복용해야 한다.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는 완전절제술 환자는 한 달만 약을 끊어도 생명이 위험해진다.
물론 갑상선암 환자 중 악성종양 환자도 있다. 10명 중 1명은 악성종양으로 판명되지만 이 같은 수치는 일반적인 다른 암도 마찬가지다. 갑상선암은 2000년대에 들어 급격히 증가했다. 이 교수는 “197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만 해도 갑상선암의 발병률은 인구 10만명 당 3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불과 10년 사이에 6∼7배로 늘었다”며 “수십년간 멀쩡했던 암 발생률이 짧은 순간 증가한 것은 과잉진료의 영향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초음파 기기의 발달로 인해 미세한 부분도 확대해서 볼 수 있게 됐고 그로 인해 갑상선암의 발견율이 또한 높아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이왕 암 수술할 바에 안전하게 전부 절제하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완전절제술이 증가한 것”이라며 “갑상선암 발견율이 높아진 것이지 실제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갑상선암이 증가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갑상선암은 10년 간 누적 생존율을 봤을 때 부분절제술은 97.5%, 완전절제술은 98%다. 0.5% 차이는 통계학적으로 큰 의미가 없지만, 이 작은 수치 때문에 환자가 겪어야 하는 고통은 생각보다 큰 셈이다. 이 교수는 “발견된 부분만 절제하는 부분절제술을 하게 되면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되고 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아도 돼 삶의 질부터 달라진다”며 “갑상선은 중요한 기능을 하기 때문에 완전절제술을 하기보다 부분절제술을 해 신체의 중요한 기능을 살려주는 것이 의사의 윤리”라고 강조했다.
김성지 쿠키건강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