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농사가 3D업종이라구요? 정말 잘못된 생각입니다”

입력 2012-04-13 17:56


“요즘 젊은 사람들 궂은일은 하기 싫어합니다. 농사가 3D 업종인줄 알아요. 정말 잘못된 생각입니다. 농촌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예요. 도시 생활에서 경험할 수 없는 세상을 농촌에선 얼마든지 다양하게 체험하고 느껴볼 수 있습니다. 맑은 공기와 좋은 이웃들, 더불어 농가활동을 통한 소득까지 우리 농촌의 경쟁력은 앞으로 더 무궁무진해질 거예요.”

거침없이 쏟아낸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첫마디는 그야말로 농어촌에 대한 애정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꼼꼼한 성격과 30여년이 넘는 농정경력의 서 장관은 농촌 살림살이에 관한한 베테랑이다. 농어민이 무엇 때문에 시름하고 또 무엇 때문에 즐거운지를 제일 먼저 안다. 너무 잘 알기에 간혹 서 장관이 쏟아내는 말은 거침이 없을 정도로 시원하다. 올해는 특히 그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일이 있다. 바로 귀농·귀촌이다. 지자체와 손을 잡고 홍보에도 열심이다.

서 장관은 지난 5일 진행된 쿠키건강과의 인터뷰에서 “귀농·귀촌하면 얼마나 좋은 줄 아느냐”며 “귀농·귀촌하면 보험료 덜 내고, 직불금 받고, 연금도 받고, 양도·소득세도 감면해주는 등 도시에서 받지 못하는 혜택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귀농하면 이 많은 혜택이 쏟아지는데 왜 안 가느냐”며 “이번 귀농·귀촌 사업을 통해 농촌도 살만한 곳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줄 작정”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음은 일문일답.

-귀농·귀촌 인구가 점점 늘고 있다. 현재 현황은.

“지난해 귀농·귀촌 가구수는 전년(4067가구)보다 2.5배 증가한 1만503가구(2만3415명)로 앞으로 더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로 도시에서 자영업이나 사무·생산직에 근무했던 이들이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많이 귀농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층에서 귀농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젊은 층의 유입도 늘고 있다. 아울러 무직자들도 귀농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귀농·귀촌 인구가 늘어나는 이유는.

“일단 살기 팍팍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려는 도시인의 의지표출이 귀농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이런 의지를 정부와 지자체가 최대한 협조해 도시민을 농어촌에 유치했고, 그 노력이 지금의 성과를 내게 했다. 현재 정부는 2009년 귀농귀촌 종합대책을 수립, 시행한 것을 시작으로 각종 정보제공, 맞춤형 교육, 창업지원 등을 시행하고 있다. 지자체 시장·군수들도 농어촌지역 고령화, 인구 감소에 따라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강하다. 일선 시·군에서는 도시민 유치를 위해 선의의 경쟁도 하고 있다. 귀농·귀촌 유치를 통해 농어촌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미스터 귀농·귀촌’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귀농·귀촌에 적극적이다. 이유는.

“농어촌에 활력이 되고 지금보다 농어민이 더 잘 살게 하기 위해서다. 현재 베이비 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고 있다. 은퇴한 베이비 부머는 그간 찌들었던 도시 삶에서 해방돼 잘 먹고 더 잘 살기를 원한다. 웰빙이 사회 트렌드로 바뀐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대도시 거주 베이비 부머의 절반이 넘게 농어촌 이주를 희망하고 있다. 귀농·귀촌을 통해 농식품 산업 성장과 지역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새로운 원동력이 확보됐으면 한다.”

-올해 추진하는 귀농·귀촌의 핵심 내용은.

“올해의 경우 귀농·귀촌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 부응하고 베이비 부머 세대를 비롯한 도시민의 성공적인 귀농·귀촌을 지원하기 위해 총 6가지의 핵심 대책을 세우고 추진할 계획이다. 핵심대책 6가지는 ▲귀농·귀촌종합센터 설치 ▲직업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귀농·귀촌 교육 확대 ▲농어촌 정착에 필요한 재정 및 세제 지원 확대 ▲농어촌 체험, 멘토링 등 지자체의 도시민 유치 활동 강화 ▲예비 귀농인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현장 홍보 추진 ▲법적 지원 근거 및 지자체 행정체계 정비 등이다. 이러한 정책 추진을 통해 귀농인이 최대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귀농·귀촌 종합센터가 하는 일은.

“기존 귀농·귀촌 프로그램은 정보를 검색하거나 접근하는 절차가 복잡했다. 또 각 지자체나 기관·단체에서 산재·분산돼 있어 불편했다. 때문에 정부·지자체의 귀농·귀촌 정책이나 관련 정보 취득, 그리고 귀농상담까지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귀농·귀촌 종합센터’를 설치하게 됐다. 이곳에서는 주로 관련기관 직원들이 합동 근무하면서 방문자상담, 전화상담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한 자리에서 제공한다.”

-귀농인의 주작목 현황은.

“배, 배추 작업과 원예시설작물이 대부분이다. 현장을 다녀보면 잘 모르고 덤볐다가 실패한 귀농인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복잡한 생산기술과 투자비용이 실패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최근 귀농인은 생산기술이 복잡하지 않고, 초기 투자비용과 실패확률이 낮은 작목의 선택비율이 높다.”

-예비 귀농인을 위한 지원 방법은.

“예비 귀농인을 위해 권역별·직업별 맞춤형교육, 우수사례집 발간 등 각종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 21개 기관에서 23개의 실습형(자부담 30%), 합숙형(자부담 3개월 50만원) 귀농·귀촌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귀농 실패율을 최소화 하고 있다. 또 선도농가에 한해 실습지원(최대 60만원, 10개월)과 농지·주택구입 등 창업지원 자금 지원(최대 2.4억원, 3%)을 해주고 있으며, 농어촌주택 취득자 양도세 면제 및 농지취득세 50% 감면의 혜택도 누릴 수 있다.”

-끝으로 예비 귀농인을 위한 당부의 말은.

“귀농·귀촌은 꿈이 아니다. 현실이다. 농어촌에서 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하게 편한 것만을 꿈꾼다면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즐겨라. 즐기면 아무리 힘든 일도 힘들지 않다. 농림부 차관 그만 두고 나서 9년 동안 우리 농촌 우리 농업, 농민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하면 농업 농촌을 살릴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 장관이 되고 현장을 다니면서 농민들의 지원해달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가는 곳 마다 지원해달라고 하면 귀찮은 생각도 들기 마련이지만 단 한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 없다.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다만 현장 돌면서 인상적인 것은 “장관님 우리농업도 희망이 있습니다”라는 한 농가의 얘기를 듣고 눈물이 핑 돈 적이 있다. 바로 귀농·귀촌이 그 희망이 돼 주길 바란다.”

조규봉 쿠키건강 기자 ckb@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