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과자원료 등 일본산 수입원료 관리 ‘엉망’… ‘방사성식품’ 국민 식탁 위협 한다

입력 2012-04-13 17:13


#“일본 오사카에 사는 지인이 아이 몸 상태가 이상해 검사를 받았더니 아이 손톱에서 우라늄은 물론 심지어 스트론튬까지, 웬만한 방사능물질은 다 검출됐다더라고요.” 예비 엄마 김도연(29·서울시 마포구)씨는 요즘 일본산 방사성식품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도 방사성식품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부터다.

1년 전 일본 원전사고가 터졌을 당시 정부는 일본산 수입식품에 대해 충분한 검역이 이뤄지고 있다며 오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안심시켰다. 하지만 환경단체의 주장은 다르다.

환경운동연합은 최근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 일본산 수입식품 자료를 요청해 취합한 결과 과자 원료인 코코아두와 술 원료 백미, 커피원두, 고춧가루, 냉동 과일, 분유 등 일본 수입식품 대부분이 방사성물질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수산물에서의 방사성물질은 일본 원전사고 이후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환경운동연합의 이같은 주장은 수입식품 대부분 일본 공항과 부두를 경유해 국내로 들어오는 사실에 근거한다. 일본의 오염된 지역에서 수입식품이 머물다 국내로 유입될 경우 분명 방사성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이 제시한 방사성물질 유입 경로에 따르면 A업체는 과테말라산 커피원두 1.5㎏을 일본 오키나와공항을 경유해 인천공항으로 들여왔다. 마찬가지로 B업체도 온두라스산 커피원두 5만1750㎏을 일본 고베항을 경유해 부산항으로, C업체는 중국산 생강 4만8000㎏을 일본 도쿄항을 경유해 수입했지만 검역당국의 식물검역에서 모두 합격을 받아 국내에 유통됐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들이 즐겨 먹는 과자에 일본산 수입 원료가 사용됐고, 유아용 분유에서 1㎏당 최대 30.8베크렐(Bq)의 세슘이 검출돼 문제가 된 메이지분유 공장의 소재지인 사이타마 현에서 혼합분유가 수입되기도 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폭발 당시에 의한 외부 피폭보다 이후 지난 20여년 간 음식물 섭취를 통한 내부 피폭이 더 많았다”며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유출된 방사능물질 중 대표적인 세슘 137도 반감기가 30년이다. 결국 먹이사슬을 통해 여러 경로로 오염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일본 정부는 우유와 분유에서 세슘이 검출된 이후 지난 1일부터 음료 1kg당 세슘 허용치를 200베크렐에서 10Bq로, 유아용 식품과 우유를 포함한 유제품은 200Bq에서 50Bq로, 일반 식품은 500Bq에서 100Bq로 기준치를 낮췄다. 뒤늦게 우리 정부도 일본산 수입 식품의 방사성 세슘 기준을 현행 370Bq/㎏에서 100Bq/㎏으로 강화했다. 하지만 이미 국민들 식탁에 세슘 반찬이 오르고 난 이후의 조치여서 사후약방문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장은 “안전을 얘기하는 보건당국이지만 일본 식품 세슘 허용치에 대한 대처가 아쉽다. 특히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있는 식품에 대해 정보 공개도 안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기업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가격차이가 나면 방사능지역에서 원료를 수입하는지 이런 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인지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 Key Word - 베크렐(Bq)

방사성 물질이 방사능을 방출하는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만든 국제단위.

조규봉 쿠키건강 기자 ckb@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