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경영 확장, 실속은 빈약했다… CJ·KT 등 국내 주요 그룹 순이익은 큰폭 줄어들어
입력 2012-04-12 21:46
국내 주요 그룹(공기업 포함)들이 지난해 계열사를 대폭 늘리는 등 문어발 경영을 일삼았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돼 외화내빈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자산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63곳을 지정해 지난해보다 8곳이 증가했다고 12일 밝혔다. 한라, 교보생명, 태영, 한국타이어, 이랜드, 부산항만공사, 한국수자원공사, 인천도시공사, 농협 등 9곳이 신규 지정됐고 하이닉스는 SK에 인수되면서 제외됐다.
63개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는 총 1831곳으로 전년보다 277곳(18%)이 증가했고 기업집단의 평균 계열사 수도 29.1곳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특히 주요 재벌들은 1년 새 계열사를 크게 늘렸다.
CJ는 지난해 계열사를 전년보다 19곳이나 늘리면서 84곳을 보유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계열사 증가 수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동부와 KT가 각각 18곳의 계열사를 더 늘렸고 대성(12곳), 포스코·현대백화점(9곳), SK(8곳)도 증가폭이 컸다. 반면 현대차는 지난해 계열사가 7곳 줄었다.
계열사가 늘어난 만큼 이들 기업집단의 매출액은 지난해 23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8000억원 증가했다. 문제는 경영성과 부분이다. 이들의 평균 당기순이익은 9900억원으로 전년도 1조3100억원보다 24.4%나 감소했다. 2년 연속 지정된 54개 기업집단의 당기순이익은 61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7% 감소했다. 54곳 중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증가한 곳은 24곳에 그친 반면 감소한 곳은 30곳에 달했다. 10대 기업집단도 순이익이 11.8% 줄었다.
당기순이익이 가장 많이 감소한 그룹은 삼성으로 전 세계 IT업계의 불황 영향으로 전년도보다 4조6000억원 줄었다. 한국전력공사가 3조원, LG가 2조4000억원이 감소하면서 뒤를 이었다.
빚도 늘어 63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총 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지난해 112.1%로 전년보다 1.2% 포인트 증가했다. 민간그룹의 부채는 0.05% 포인트 늘어난 반면 공기업 집단의 부채가 4.4% 포인트 증가해 전체 부채비율 증가를 유도했다.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기업집단은 14곳으로 전년보다 3곳이 증가했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계열회사 간 상호 출자 및 채무보증이 금지되고 소속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며 대규모 거래나 이사회 의결 사항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고세욱 기자